면허정지 한의사 취소訴 승소
한의학 의료기기사용 물꼬트나


한의사도 현대의료기기인 ‘뇌파계’를 사용해 파킨슨병과 치매를 진단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한의학계는 환영하는 반면, 양의학계는 술렁이고 있다. 지난 7월 미용 목적의 안면부 보톡스 시술을 한 치과 의사에 대해서도 대법원이 벌금형의 원심 판결을 깨고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하는 등 의학의 범위를 치의학·한의학 등 다른 영역에도 폭넓게 인정하는 판결이 이어지는 추세다.

서울고법 행정2부(부장 이균용)는 한의사 이모 씨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한의사 면허자격 정지처분 취소 소송에서 “면허정지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씨는 2010년 9월부터 12월까지 자신이 운영하던 서울 서초구의 한의원에서 뇌파계(NEURONICS-32 plus)를 파킨슨병과 치매 진단에 사용한 사실이 알려져 복지부로부터 2012년 4월 면허정지 3개월 처분을 받았다. 이 씨가 사용한 뇌파계는 환자 두피에 두 개 이상의 전극을 부착해 증폭기로 뇌파를 증폭한 후 컴퓨터로 데이터 처리를 해 뇌의 전기적인 활동 신호를 기록하는 장치다.

복지부 처분에 불복해 이 씨가 낸 재결신청에서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면허정지 기간을 절반으로 감경해줬지만, 뇌파계 사용이 면허정지 대상인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라는 판단은 유지했다. 이 씨는 2013년 3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뇌파계 사용을 통한 진단은 한의학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복지부 손을 들어줬으나,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은 “과학 기술 발전으로 의료기기 성능이 대폭 향상돼 보건위생상 위해 우려 없이 진단이 이뤄질 수 있다면 뇌파계 개발 및 뇌파계를 이용한 의학적 진단 등이 현대의학 원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한의사가 뇌파계를 사용한 것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라고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희비가 엇갈린 양의학계·한의학계는 법원 판단을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양의학계는 이번 판결이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에 물꼬를 트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감을 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 관계자는 “뇌파계 판독을 제대로 못하면 간질 발견이 늦어져 뇌 손상이 일어날 수 있고, 수면장애 파악도 늦어져 약물 처방을 할 수 없게 된다”며 “법원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한의학 관계자는 “한의대 교과과정에 한의신경정신과학이 있고, 뇌파의 발생 과정에 대한 교육도 이뤄지고 있다”며 “법원 판단은 직역 간 밥그릇 싸움만 하고 있는 의료계에 좋은 선례를 남긴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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