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가 25일 또 땜질식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았다. 현 정부 들어 벌써 5번째다. 주택 물량 공급을 줄여 대출 수요를 잡아보겠다는 게 요체다. 주택 물량 공급 규제 정책을 꺼내 든 건 진일보한 내용이다. 하지만 분양권 전매 제한 강화, 집단대출 규제 등 강력한 주택억제 대책이 어느 하나 들어 있지 않았다는 점에서 찔끔 정책의 아류(亞流)일 뿐이다. 박 정부가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 지적이 허튼 소리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표현대로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얼마 전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이 직면한 ‘역풍’ 중 하나로 가계부채를 든 점이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우리의 높은 가계부채를 우려한 점도 같은 맥락이다. 통계를 보면 엄연한 현실은 더욱 확연해진다. 지난 6월 말 가계부채는 1257조3000억 원에 이른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2년 4분기 이후 최대치다. 이대로 가면 올해 안에 1300조 원을 넘을 게 확실하다. 규모도, 속도도, 질도 모두 심각하다. 저축은행 등 비은행권 대출이 분기사상 최대인 10조4000억 원 증가한 게 그 근거다.

가계부채 문제가 이 지경까지 온 데는 박 정부 탓이 크다. 그 화근(禍根)의 한복판에 있는 인물이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다. 그는 지난 2014년 7월 총부채상환비율(DTI)·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를 통해 가계대출을 확대하는 정책을 밀어붙였다. 이 두 카드는 경기 부양을 지상 과제로 삼은 역대 정권들이 늘 만지작대던 ‘유혹물’이다. 그러나 부동산 완화정책을 적극 펼쳤던 이명박정부도 이 카드를 접었다. 실물 차원에서 없는 수요를 빚으로 창출하겠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 발상인지 역사가 말해주기 때문이다.

가계부채는 잘못 관리하면 국가 경제 전체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폭발력 큰 사안이다. 이를 시한폭탄으로 키운 박 정부가 반드시 결자해지(結者解之)해야 한다. 부동산 경기의 충격을 어느 정도 감수하더라도 강력한 가계대출 대책을 내놔야 잡을 수 있다. 적절한 소득정책과 부동산 대책을 병행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지 않으면 내년 대선 정국 때 채무 탕감 등과 같은 망국적(亡國的) 정책이 또 판을 칠 게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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