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젊은 시절에 본 어느 영화에서 주인공은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다가 지친 나머지 누군가에게 절규한다. “도와주지 않아도 좋으니 제발 방해만 말아 달라”고. 북한의 핵 위협을 비롯한 국가안보에 대한 일부 국회의원의 태도에 대해 국민이 갖는 마음이 아닐까.

북한의 핵 위협은 너무나 빠른 속도로 강해지고 있다. 미국의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에서는 현재 북한이 13~21개의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2020년에는 100개까지 늘릴 것이란 분석도 있다. 올 들어 북한은 다수의 스커드·노동·무수단 미사일을 시험발사함으로써 핵 공격을 위한 성능을 확인했고, 지난 24일에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까지 성공했다. 핵무기는 ‘대량파괴무기(WMD)’ 또는 ‘절대무기’로 불릴 정도로 그 피해가 엄청나다. 북한의 핵무기 1발로도 수십만 명이 살상되고, 다수의 핵무기가 교환될 경우 한반도는 불모지대(不毛地帶)로 변할 것이다. 이로써 우리 민족이 멸망할 수도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국회의원들은 무얼 하고 있는가.

그들이 대표해야 하는 국민은 정부와 군대에 대해 북핵(北核) 위협에 대한 우리의 대응 전략은 무엇인지, 현재의 대응 태세는 어떠하며 어떤 전력을 증강해야 하는지, 대피소까지도 마련해야 하는 건 아닌지를 묻고 싶을 것이다. 예산을 증액해서라도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출 것을 요구할 것이다. 이러한 국민의 뜻을 받들어 질의하고, 대책을 마련하려는 국회의원은 몇 명이나 될까.

도와주지 않아도 좋으니 제발 방해는 말아 달라는 대사가 생각 나도록 일부 국회의원은 정부의 북핵 대응을 방해하는 언행이 노골적이다. 핵미사일 방어에 효과적인 사드(THAAD) 배치를 무조건 반대하고, 정부가 배치를 결정하자 진사(陳謝) 사절단을 자청해 중국을 다녀오기까지 했다. 북핵 대책 논의 대신에 세월호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행사에 참가하고, 헌법에 따라 해산된 통합진보당을 비호하는 듯한 토론회도 개최했다.

400여 년 전 임진왜란 때 왜국의 침략에 대해서도 정파별로 분열돼 국민으로 하여금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도록 했고, 60여 년 전 6·25 전쟁 때에도 전선에서 혈전이 전개됐지만, 부산의 피란 국회에서는 정쟁을 멈추지 않았다. 그때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크게 다를까.

대한민국 헌법을 보면 ‘총강’, ‘국민의 권리와 의무’ 다음 제3장에 ‘정부’가 아닌 ‘국회’가 먼저 기술된다.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고,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국회의원의 특권도 명시돼 있다. 오로지 국가를 위한 막중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업무에 집중하라는 배려일 것이다. 조약에 대한 비준은 물론, 국회의 동의가 있어야만 선전포고나 국군의 해외파견을 보장한다고 하여 국회의원들에게 국가안보에 대한 막중한 책임도 부여하고 있다. 과연 국회의원 중 몇이나 헌법 정신을 알거나 이행하고 있을까.

국회의원은 자신을 선발해준 지역구나 전체 국민을 대신해 발언하고 결정에 참여한다. 현재 국민이 가장 불안해하는 북핵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마련하지 않는 의원은 직무를 유기하는 셈이다. 북핵에는 무관심하면서 정쟁과 이념적 사안에만 몰두하는 의원이라면 선거구민과 국민에 대한 배임죄(背任罪)로 규탄받아야 할지 모른다. 정쟁을 멈추고, 안보부터 확실하게 해주기 바란다. 달라지지 않으면 공멸을 맞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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