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추상미술의 선구로 통하는 피에트 몬드리안이 한국의 조각보를 봤다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 청(靑)·적(赤)·황(黃)·백(白)·흑(黑) 등 오방색의 알록달록한 천 조각을 이어 붙인 조각보에서는 몬드리안의 그림에서 발견되는 기하학적이면서도 추상적인 조형미가 넘친다.
“이름 없는 조선 시대의 여인들이 직접 천을 짜고 바느질을 해서 보자기를 만들었어요. 특히 조각보는 남은 헝겊 조각들로 만들어져 귀히 여겨지지 못했죠. 그런데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보자기를 보고 세계인들은 ‘헝겊과 공기로 만든 조각’이라며 그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있어요.”
국제보자기포럼 대표인 미국 로드아일랜드디자인대(RSID)의 이정희(71) 객원교수는 해외에서 ‘한국 보자기 대사’로 통한다. ‘2016 국제보자기포럼’ 준비로 바쁜 이 교수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작업실 겸 자택에서 25일 만났다.
격년제로 열리는 국제보자기포럼은 2012년에는 파주 헤이리, 2014년에는 제주 저지예술인마을에서 개최됐다. 그리고 올해는 9월 1일부터 경기도와 수원시의 후원으로 수원시립아이파크 미술관 등지에서 5일까지 열린다.
“보자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국내 연구자와 예술가는 물론 미국, 스위스, 네덜란드, 핀란드, 호주 등의 교수와 작가들이 대거 참여합니다.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어요.”
이 교수는 RSID에서 1999년부터 무려 17년간 ‘보자기를 넘어(Bojagi & Beyond)’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하고 있다. 또 영국과 호주, 캐나다 심지어 사막의 나라인 중동까지 찾아다니며 보자기 미학과 관련한 워크숍을 하고 있다.
작품활동도 활발히 했다. 지난 2001년엔 영국 런던의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에서 두루마기 등 보자기로 만든 의상을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고, 2007년에는 세계적 첼리스트 요요마가 이끄는 실크로드 앙상블과 컬래버레이션 전시를 가져 주목을 받았다.
현재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과 미국 뉴욕 공예박물관 등 세계 곳곳에 그의 작품이 소장돼 있다.
“보자기는 미술사적으로 가치가 커요. ‘싼다’ ‘덮는다’라는 기능적 수단을 넘어 ‘섬유조각 미술’로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어요. 건물 전체를 덮는 ‘퍼포먼스’로부터 지역 전체를 뒤덮는 ‘대지미술’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한국을 대표할 ‘문화 브랜드’로 키워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보자기-살아있는 전통’이란 타이틀로 열리는 이번 포럼에는 허동화 한국자수박물관장 등 섬유공예 관련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저명한 15명의 강연과 해외 및 국내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 150여 명의 작품이 수원시립아이파크 미술관 외에 수원화성박물관, 행궁길 갤러리, 복합문화공간 행궁재, 임아트 갤러리, 남문 로데오 갤러리 등 6곳의 뮤지엄에 전시된다. ‘보자기 만들기’를 비롯해 5개 전통문화체험 워크숍도 준비돼 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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