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수 전국부 부장

세계 최강의 전사를 자랑하던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 스파르타를 무너뜨린 것은 외부의 적이 아니라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가 원인이었다. 남성과 동등하게 교육받을 권리와 경제력을 가진 스파르타 여성들이 아이를 낳아 키우려 하지 않은 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다. 풍족한 경제력에다 힘든 가사 노동을 노예들이 대신해주는 상황에서 스파르타의 여인들은 아이를 출산해 키우는 데 시간과 열정을 쏟기를 원하지 않았다. 정부도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서 기원전 5세기 무렵부터 3명 이상의 아들을 낳은 가정에 보조금을 주고, 부모의 교육비를 줄여주기 위해 공교육 제도를 실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스파르타 정부의 고민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각종 보조금 정책을 펴는 현대 국가들의 고민을 대변한다.

저출산 문제가 국가적 과제가 돼 버린 한국적 상황은 이보다 훨씬 심각하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15∼49세 가임여성 한 명당 평균 출생아 수)이 1.24명에 그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 수준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그동안 쏟아부은 각종 육아 및 출산 보조금의 효과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출산율 저하는 경제적 형편과도 무관치 않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는 경제구조에선 젊은이들이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아서 키울 엄두를 내지 못한다. 천문학적인 주거비, 교육비 부담도 한국에서 출산을 꺼리게 하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학자 줄리언 사이먼은 “소득이 증가해도 장기적으로 출산율이 감소한다”고 말한 것은 명목소득이 증가하더라도 아이를 키우는 데 소비되는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실질(가처분)소득의 크기와 증가 폭이 출산율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냉정하게 판단하면 돈(출산장려금)을 더 준다고 해서 출산율이 더 높아지는 건 아닌 것 같다. 정부 주도의 출산 장려책이 장기대책보다는 단기 효과를 기대하며 만들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해답은 없는 걸까. 인구 7만 명에 불과한 ‘땅끝마을’ 해남군의 사례를 들여다보면 그에 대한 일말의 실마리가 보인다. 해남군이 출산율을 높인 과정을 보면 매우 흥미롭다. 해남군의 합계출산율은 2005년 1.4명 수준이었으나 2012년 2.4명으로 상승한 이후 현재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 중 최고 수준이다. 해남군은 지난 2008년 ‘저출산 전담팀’을 신설한 뒤 아기 탄생을 지역신문에 게재하고, 아기 이름을 무료로 지어주는 등 ‘작지만 감동을 주는 사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이를 통해 “정부가 우리의 출산 문제를 챙겨주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가정마다 평균적으로 2명 이상 출산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한다. 출산 평균연령도 다른 지역보다 높은 편이다. “출산장려금도 중요하지만 감동을 주는 ‘작은 정책’들이 더 효율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행정자치부 담당 공무원의 말처럼 ‘생색내기용 일회성 정책’보다 ‘신뢰성 있는 정책’이 훨씬 효과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ys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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