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 국제부장

북한 김정은 체제는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 남·북체제 대결의 승부도 자명하다. 그렇다면 중국은 북한을 포기할 것인가.

북·중 관계 미래에 대해 오래전 한 외교관과 토론을 벌인 적이 있다. 그는 중국이 어떤 경우에도 북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다만 미·중 양국이 대만-북한 문제를 놓고 담판을 벌인다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대만을, 중국이 북한을 버린다는 논리다. 이런 가정에 대해 미국 국무부 인사에게 물었더니 “어떤 미국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만을 포기하면서 중국과 그런 흥정을 하겠느냐”고 일축했다. 이는 곧 중국이 북한을 포기하는 일도 없을 것이란 의미다.

이 얘기를 떠올리는 것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를 놓고 한국과 미국, 북한과 중국 관계의 냉엄한 현실이 일정 부분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부가 7월 8일 사드 배치를 발표한 뒤 중국은 마치 한국을 주권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듯한 자세로 몰아붙였다. 이후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구한말 위안스카이(袁世凱)처럼 고압적으로 굴었다. 국내에서도 중국이 경제보복을 할 것이고, 중국과 북핵 공조도 어려워지기 때문에 재검토해야 한다는 호응이 이어졌다. 이런 생각의 밑바닥에는 중국에 대한 공포심과 기대감이 뒤섞여 있다. 그렇지만 어느 쪽도 실체를 정확히 판단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우리에게 중국은 어떤 존재인가. 사드 파문은 중국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3가지 답을 주고 있다. 첫째, 중국은 북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의지가 없다.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한반도 비핵화를 외치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봉쇄할 실질적 카드는 사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해도, 탄도미사일을 쏴도 제재 시늉만 하더니, 이를 막기 위해 한국이 부득이 사드를 들여놓겠다고 하자 무섭게 반대하고 나섰다. 중국이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규탄 성명에 동의한 것은 항저우(杭州) G20 정상회의를 위한 제스처일 뿐이다.

둘째, 중국이 통일의 우군(友軍)인지 의심스럽다. 사드 파문을 통해 중국이 원하는 것은 북핵 폐기와 통일이 아니라 현상유지라는 게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한반도 통일은 미·중 협력 속에서 가능할 것이라는 인식이 공유돼 왔다. 그러나 북한이 어떤 패악을 저질러도 체제 붕괴에 이를 정도의 제재를 거부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과의 협력을 통한 통일은 신기루에 불과하다.

셋째, 한·미 동맹에 치우치지 말고 중국과도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미·중 균형외교론도 허상임이 분명해졌다. 균형외교론은 중국이 곧 미국을 누르고 슈퍼 파워가 된다는 전망에 바탕을 두고 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과 더불어 미국의 시대는 끝난 듯했고 일각에서는 2030년 중국 파워가 미국 파워를 누를 것이라는 관측도 내놨다. 중국 관변학자들은 노골적으로 한국을 유혹하며 한·미 동맹을 흔들었다. “한국이 미국과 ‘결혼’을 했다 해서 중국과 ‘연애’도 못하란 법은 없지 않으냐’(한바오장·韓保江), ‘한·중 동맹을 맺자’(옌쉐퉁·閻學通)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렇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중국 경제의 7% 성장세가 꺾이면서 중국 부상론은 힘을 잃고 있다. 오히려 부패와 부실 경제로 세계의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사드 문제를 계기로 한국이 중국의 이런 실체를 알게 된 것은 축복인지도 모른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중국 의존비율은 11%, 대중 수출 비중은 24%다. 무시할 수 없는 규모지만 그렇다고 중국 없이는 못산다고 할 수준은 아니다. 사드 파문 속에서 막연한 대중(對中) 호감은 사라지기 시작했고, 보복에 대한 공포감도 점차 극복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중국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반중(反中) 정서가 커져 한·미·일 동맹을 급속히 강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측에서 “사드 문제를 협상으로, 장기 과제로 풀자”는 움직임도 나오기 시작했다.

중국의 대북 입장이 바뀌지 않으리라는 점이 확연해진 만큼 통일 접근법도 바꿔야 한다. 중국은 통일의 우군이 될 수 없다. 북핵 해결은 중국 체제의 변화라는 거대 프레임도 고려하며 추진돼야 한다. 한·미 동맹, 그리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견지하는 세력들과의 연대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이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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