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학용 논설위원

50년 전 우리나라에 ‘3·3·35’라는 암수표 같은 범국민운동이 펼쳐진 적이 있었다. ‘3년 터울로, 3명만, 35세 이전에 낳자’는 가족계획 캠페인이었다. 이 운동은 1970년대 들어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로, 1980년대엔 아예 하나만 낳자는 운동으로 대변신했다. 지난해 출산율이 1.24명으로, 15년째 초저출산의 늪에서 허덕대는 우리에겐 ‘통한(痛恨)의 정책 실패’ 연속판인 셈이다.

지난 1970∼1980년대 예비군 훈련을 받았던 세대에겐 ‘웃픈’ 추억이 또 하나 있다. 당시 훈련장에는 흰 가운을 입은 의료진과 앰뷸런스가 항시 대기 중이었다. 구급용이 아닌 정관수술용이었다. 딱 10분만 얘기하고 내려가겠다던 가족계획협회 요원은 “적게 낳아 잘 키우라”는 요지의 열변을 30분 넘게 토해냈다. 정관수술을 받으면 며칠간의 예비군 훈련을 면제해준다는 ‘유혹’은 연설의 클라이맥스다. 갈등 끝에 정관수술을 택한 ‘애국자’ 무리가 구급차를 타고 떠난 뒤에야 ‘진짜 애국’은 시작됐다.

며칠 전 오랜만에 정관수술 관련 국내 뉴스를 접했다. 미혼 남성들 사이에 정관수술이 유행한다는 충격적인 소식이다. 요지는 이렇다. ‘아이를 낳는 걸 희생으로 보고 그냥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거나 때 이른 임신으로 여자 친구에게 낙태 고통을 주지 않겠다는 젊은이들이 선호한다. 이들은 나중에 임신을 원할 경우 복원(復元)수술을 받으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복원수술을 해도 임신율은 65%에 불과하고 10년이 지나면 확률은 더 떨어진다는 전문가의 경고도 보태진다. ‘저출산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대변하는 암울한 편린이다.

정부가 지난 주말 저출산 대책을 또 내놨다. 지난 2월 발표한 ‘제3차 저출산 기본계획’의 보완책이다. 10년간 152조 원을 쏟아부었는데도 나아지기는커녕 악화하고 있으니 정부로선 애간장이 타들어갈 만도 하다. 하지만 이번 처방 역시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고작해야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모든 난임 부부에게 시술 비용을 지원한다거나 ‘퇴근할 때 인사하지 맙시다’는 등의 직장문화 바꾸기 캠페인 정도가 신메뉴일 뿐이다. 저소득·저취업에 찌든 젊은 층의 ‘반(反)출산’ 분위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진화’하는데 역대 정부 대책은 매번 이 모양 이 꼴이니 갑갑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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