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조사를 앞둔 이인원(69) 롯데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검찰이 짜놓은 수사 구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검찰은 “수사에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팀이 최대 고비를 맞았다”는 평가가 29일 나오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인해 수사 결과에 대한 검찰의 부담이 크게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롯데의 비자금 조성 정황을 포착하고 6월 10일 ‘군사작전 하듯’ 검사와 수사관 등 240여 명을 투입해 롯데 본사와 17개 계열사, 신격호(94) 총괄회장, 신동빈(61) 회장 자택 등을 압수 수색했다. 수사 초기에 오너 일가의 자택을 압수 수색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 같은 행보와 달리 현재까지 수사 성과는 미미하다.
롯데건설의 300억 원 비자금 조성 의혹이 일부 밝혀졌지만, 검찰은 오너와 정책본부가 개입한 정황을 포착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검찰이 ‘먼지떨이식 수사’를 하고도 그룹 차원의 비자금 조성 사실을 밝혀내지 못한 채 신동빈 회장을 불구속 기소하는 데 그치면, 이 부회장 죽음이라는 변수까지 더해져 여론의 호된 질책이 예상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롯데 수사에서 8개월 넘게 질질 끌고도 용두사미로 수사를 끝낸 포스코 수사 냄새가 난다는 말이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검찰이 수세적으로 수사에 임하는 등 수사팀이 위축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이 검찰 조사 후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 아니어서 그의 죽음에 검찰의 ‘직접적인’ 책임은 분명 없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롯데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 옥죄기 수사가 그의 죽음에 영향을 줬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여론에 따라 향후 수사팀이 피의자를 소환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데 있어 자연스레 몸을 사리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법원에 의해 구속영장이 줄줄이 기각되는 사태가 재발하면, 이 부회장 죽음 이후의 수사팀은 이전과 달리 ‘치명타’를 입게 된다.
이 부회장 죽음을 계기로 롯데 수사 장기화에 따른 ‘경제 위축 우려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는 것도 검찰에 부담이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28일 이 부회장의 빈소를 찾아 “롯데 사태 장기화로 롯데뿐 아니라 우리 경제 전체가 위축되는 분위기”라며 “사태가 마무리돼 롯데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찾아 경제를 살리는 데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