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1년 6개월 전 중단했던 통화스와프 협정을 재개키로 합의했다. 수개월 안에 체결이 완료되고, 규모는 100억 달러 이상이 될 전망이다. 이번 한·일(韓日) 통화스와프 논의는 우리 측의 공식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고 한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도 “한국이 제안했고 일본이 동의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자존심을 무릅쓰고 이 안건을 꺼낸 건 연내 미국발 금리인상이 기정사실로 굳어지면서 더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한·일 재무장관회의 전날 “추가 금리인상을 위한 근거가 강화됐다”며 연내 인상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통화스와프는 당장이 아닌 만일을 위한 ‘통화방위 동맹’ 성격이 짙다. 마이너스 통장처럼 급할 땐 상대국 통화를 빌려 쓰고 나중에 갚으면 된다. 쓰지 않아도 비용이 안 든다. 글로벌 금융위기 대비용 방파제로 이만큼 좋은 수단이 없다. 물론 우리는 한·일 통화스와프가 아니더라도 경제위기를 차단할 방화벽이 탄탄한 편이다. 외환보유액은 3700억 달러에 달하고, 경상수지도 52개월 연속 흑자 행진이다. 각국과 체결한 통화스와프 총 규모만도 1190억 달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화스와프 재개는 우리에게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금융위기가 닥칠 경우 더 많은 실탄을 비축해놓은 국가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에서 든든한 원군이다. 미 금리인상으로 한국 등 신흥국에서 달러가 급격히 유출될 경우에 대비한 방어막이 하나 더 들어서는 셈이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 한·중 관계가 악화하는 가운데 통화스와프의 대중(對中) 쏠림 현상을 탈피할 수 있는 호기라는 점에서도 반길 일이다. 각국과의 통화스와프 규모 중 절반가량이 중국과 맺은 것이다. 더 큰 결실은 독도나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정치·외교 갈등으로 깨진 정경분리 원칙이 복원됐다는 점이다. 중국 경기 둔화,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으로 양국 공조가 어느 때보다 긴밀해야 하는 시점이기에 더욱 그렇다. 정부는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 협상을 미국발 연내 금리 인상 후폭풍에 철저히 대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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