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더위가 물러가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가을은 습하고 더운 여름에 비해 건강에 대한 주의는 덜한 편이지만, 무관심하다가는 낭패를 보기 쉽다. 가을은 날씨가 좋아 야외활동이 증가하면서 산과 들에 서식하는 진드기 감염병이 많아지는 시기다. 또 등산하다가 골절이나 낙상 등의 응급사고, 벌레나 해충에 쏘이는 일도 빈번하다. 말이 살찔 만큼 먹거리가 풍부하고 식욕도 왕성해지는 계절인 만큼 ‘가을 변비’도 조심해야 하는 시기다. 좋은 가을 날씨를 건강하게 즐길 수 있도록 미리 주의하자.
◇‘가을 변비’ 주의해야 =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진료환자 현황에 따르면 변비 환자는 9∼10월에 가장 많다. 주요 원인으로는 먹거리 증가, 식욕 증가, 수분 섭취 부족 등을 꼽을 수 있다. 더운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되면 수확의 계절답게 제철 과일 등 먹거리가 풍부해진다. 또 일조량이 줄면 세로토닌 호르몬이 감소해 식욕이 왕성해지면서 장운동에 부담을 준다. 장운동이 느려지는 데다, 여름보다 수분 섭취도 줄면서 대변이 딱딱해지고 배변 활동도 둔화된다. 아울러 가을에는 고혈압과 세로토닌 감소에 의한 계절성 우울증 위험성도 높아지는데, 이때 관련 약물 복용 시 변비 등이 동반될 수 있다.
변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불규칙한 식사를 삼가고, 식이섬유가 풍부한 미역, 김, 배추, 시금치, 무 등의 식품과 물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용변이 급할 때 참거나 화장실 변기에 오래 앉아 있는 것도 피해야 한다. 용변을 참으면 변이 딱딱해지고 장내에 정체된다. 변기에 오래 앉아 있으면 복압을 증가시키고 장과 항문을 자극한다.
◇진드기 매개 질병 특히 주의 = 가을철 야외활동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질환은 쓰쓰가무시병이다. 진드기를 매개로 한 대표 질환이다. 시기적으로는 늦봄과 여름철에 진드기가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야외활동이 많은 가을에 감염위험이 더 높다.
김광민 대전선병원 감염내과 과장은 “쓰쓰가무시병의 매개체인 털진드기 감시체계를 운영해 채집 건수를 측정해본 결과 여름철 평균 기온이 높을수록 건수가 많았다”고 밝혔다. 김 과장은 “올해 여름에 유난히 무더웠던 만큼 이번 가을에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쓰쓰가무시병은 털진드기 유충에게 물려 발생하는 법정 3종 감염병이다. 잠복기가 6∼21일 정도며 증상은 10∼12일 사이에 나타난다. 발열, 발한, 두통, 오한, 발진, 림프샘 비대 등의 증상을 보이는데 발열이 시작되고 1주일이 지나면 원형이나 타원형의 발진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딱지가 생긴다. 쓰쓰가무시병은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1∼2일 내에 증상이 호전되지만, 치료하지 않으면 2주가량 발열이 지속된다. 특히 만성 질환을 앓거나 고령인 환자의 경우에는 급성호흡곤란증후군, 급성신부전, 패혈성 쇼크, 중추신경계 합병증 등에 의해 사망할 수도 있다.
예방백신이 없는 쓰쓰가무시병은 사전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털진드기는 대개 흙이나 풀잎에 있다가 사람을 포함한 숙주가 지나갈 때 옮아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야외활동 시에는 반드시 긴팔, 긴바지, 양말 등을 착용해 피부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등산, 트레킹 등을 할 때에는 기피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등산 골절 등 안전사고도 주의 = 단풍을 즐기는 가을에는 등산객들의 안전사고도 흔하다. 추석을 앞두고 벌초과정에서 벌쏘임 사고도 많이 발생한다. 산행하는 과정에서 발을 잘못 헛디디거나 길을 제대로 보지 못해 낙상사고를 당했을 때 무리하게 환자를 업고 이송하면 안 된다. 다급한 마음에 환자를 옮길 경우 오히려 뇌 손상 등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만큼 구급대에 신고하는 것이 우선이다.
특히 목뼈가 부러지는 등 중상인 경우 목을 1㎝만 잘못 움직여도 부러진 뼛조각이 척수를 찔러 생명을 잃거나 사지 마비 등이 올 수 있다. 다만 환자가 출혈을 보이면 누운 상태에서 머리를 낮게 하고 다리를 높여 준다.
벌독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벌에 쏘이면 쇼크가 발생할 수 있다. 쇼크 직전에 피부 두드러기가 나타날 수 있다. 심할 경우 저혈압, 의식불명, 발작, 호흡곤란, 복통 등이 나타난다. 이러한 증상을 보이면 지체 없이 응급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일단 벌이 있으면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낮은 자세를 취해야 벌에게 쏘이지 않는다. 벌을 유인할 만한 향수, 화장품, 요란한 색깔의 의복은 피하는 것이 좋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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