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과제 맡고 챙겨
사용처 추적 피하려 현금화


국가로부터 받은 연구지원금 수억 원을 8년에 걸쳐 빼돌린 현직 대학교수가 구속됐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농촌진흥청이 대학 산학협력단에 제공한 연구지원금을 포함해 모두 8억6500만 원 상당의 지원금을 빼돌린 혐의(업무상 횡령)로 동국대 조모(48) 교수를 구속했다고 30일 밝혔다.

조사 결과, 조 교수는 8년간 농촌진흥청이 지원한 연구과제 21개를 수행하면서 자금을 빼돌려왔으며, 특히 사용처를 추적하기 어렵게 하려고 돈을 챙긴 뒤 곧바로 현금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조 교수가 빼돌린 돈을 사적인 용도로 쓴 정황을 포착하고 구체적인 사용처를 파악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조 교수는 2008년 4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약 8년 동안 농촌진흥청이 동국대 산학협력단에 제공한 연구지원금 가운데 5억6500만 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조 교수는 또 산학협력단이 농촌진흥청 지원금으로 발급한 연구비 카드를 허위 결제하는 수법으로 3억 원 상당의 연구재료 대금을 몰래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조 교수가 모두 70여 차례에 걸쳐 연구비 카드를 허위 결제하는 과정에서 연구재료 공급업체 A사 대표 조모(67) 씨가 가담한 정황을 포착, 조 씨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공익 제보자의 신고로 두 사람의 혐의를 포착하고 올해 1월부터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며 “조 교수 등이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데 횡령 정황이 확실한 만큼 조만간 범죄 사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동국대도 징계절차에 들어갔다. 동국대 관계자는 “학교는 3월에 조 교수의 혐의를 최초로 인지하고 그동안 내부 감사를 벌여왔다”며 “그 결과 조 교수의 직무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지난 24일 학교 법인에 그의 직위해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
장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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