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홀 국내 첫 클래식 전용 파이프오르간
생상스 교향곡3번 개관 연주
웅장하고 초월적인 선율 압도
파이프·바람상자·연주대 구성
스톱으로 여러 악기소리 변환
건반은 4∼6단으로 이뤄져
세종문화회관엔 다목적공연용
대학·교회 국내 80여곳 설치
서울 송파구 신천동 롯데월드몰의 롯데콘서트홀에서 지난 19일 개관공연으로 연주됐던 생상스 교향곡 3번 ‘오르간’은 그동안 국내 음악애호가들의 ‘파이프 오르간’ 연주에 대한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주었다. 신동일 연세대 음대 교회음악과 교수 연주에 의해 무려 4958개의 파이프에서 뿜어져 나오는 웅장하면서도 장엄한 선율이 관객석을 압도했다.
황장원 음악평론가는 “파이프오르간은 ‘신의 음성을 대리하는 악기’로 알려져 있듯이 사람의 목소리나 오케스트라가 만들어 낼 수 없는 경건하면서도 초월적인 분위기의 선율을 들려준다”고 말했다.
‘악기의 제왕’이라는 파이프오르간이 국내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로는 롯데콘서트홀에 최초로 등장해 클래식 애호가들로부터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롯데콘서트홀 이전에 국내 유일한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로 통했던 예술의 전당은 1988년 서울올림픽에 맞춰 서둘러 개관하느라 파이프 오르간을 갖추지 못했다.
1978년 세종문화회관에 오르간이 설치돼 정기적으로 파이프오르간 연주회 등을 개최했지만 클래식 전용 홀이 아닌 다목적 공연장이어서 한계가 있었다. 이처럼 국내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에 파이프오르간이 뒤늦게 등장한 것은 제작기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롯데콘서트홀의 경우에도 오스트리아의 ‘빈 뮤직페라인 홀’의 파이프를 제작한 리거(Rieger)사에서 제작을 맡아 완공까지 2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제작비로는 25억 원이 지출됐다.
그러나 국내 교회에는 의외로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된 곳이 많다. 1924년 서울 명동성당에 한국교회 최초의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된 이후 현재는 연세대와 한국예술종합학교 등 일부 대학에 설치된 파이프오르간을 포함, 국내에 모두 80여 개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 대규모 공연장에서 쉽게 살펴 볼 수 있는 파이프오르간은 흔히 ‘공연장의 얼굴’이라고 불린다. 공연장에 들어서자마자 정면으로 처음 만나게 되는 악기이기 때문인데, 그 웅장한 자태만으로도 시선을 압도한다. 파이프오르간은 100% 주문제작하는 악기다. 장소에 맞춰 설계하고, 규모와 스타일도 모두 다르기 때문에 영어로는 ‘제작한다(make)’라는 단어 대신 ‘건설한다(build)’라고 표현한다. 파이프 숫자만 해도 수천 개에서 1만여 개까지 모두 다르다. 세종문화회관의 파이프 숫자는 8098개이고,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미국 필라델피아 메이시 백화점 파이프오르간의 파이프 개수는 2만8482개다.
파이프오르간이 악기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다양한 음색으로 여러 개의 선율을 동시에 표현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은 파이프오르간의 작동원리를 알면 쉽게 이해된다. 파이프오르간은 소리를 내는 파이프(pipe), 파이프에 바람을 불어넣는 바람상자(windchest), 오르가니스트가 연주를 하는 연주대(console)의 세 부분으로 이뤄져 있다.
김승언 롯데콘서트홀 무대감독은 “바람상자와 파이프가 소리를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파이프오르간의 소리를 내는 원리는 관악기 구조를 연상하면 쉽게 이해된다”고 말했다. 바람상자는 각양각색의 파이프가 꽂혀있는 바로 아래에 위치해 있으며 연주자가 선택한 스톱(stop)과 음들에 해당되는 밸브가 열리면 그 바람을 파이프로 내보내어 소리가 나게 한다. 바람은 전기모터로 만들어내는데 기원전 3세기 그리스에서 개발된 인류 최초의 오르간은 수압을 이용해 바람을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스톱, 리드(reed), 스웰박스(swell box) 등의 용어가 등장하는데 스톱은 일정 파이프 묶음에 신호를 보내 서로 다른 악기 소리를 내도록 해주는 장치다. 스톱별로 바이올린, 튜바, 트럼펫 소리를 각각 낼 수 있는데 롯데콘서트홀의 경우 모두 68스톱이 있다. 파이프가 5000개 가까이 있는 것도 한 스톱별로 평균 60여 개의 파이프를 배정해 68종류 악기의 다양한 음색을 만들어 내기 위한 것이다.
한 스톱 내에서도 파이프 길이가 길수록, 굵기가 굵을수록 낮고 묵직한 소리가 난다. 따라서 파이프 숫자가 많을수록 더 다채로운 악기 소리를 낼 수 있다고 보면 된다. 파이프오르간 한 대를 오케스트라에 비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리드는 파이프 내부에 장착된 떨림판이고, 스웰박스는 오르간 소리 크기의 강약을 조절하는 장치로 바람 양을 조절하는 조리개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한편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는 것이 건반이 있는 연주대의 형태다. 피아노와 달리 손건반이 4단이나 6단으로 돼 있고, 발건반도 있다. 손건반이 이처럼 많은 이유는 풍부하고 다양한 음색을 내기 위한 것이고, 발건반도 마찬가지 이유로 존재한다. 발건반의 경우 보통 베이스를 연주한다. 파이프오르간 본체의 하단에 설치된 연주대 외에 무대 위에 또 하나의 연주대가 설치된 경우도 있다. 이처럼 무대 위에 연주대가 별도로 설치되는 것은 파이프오르간 독주를 위한 것으로 본체의 연주대와 전기신호로 연결된다. 따라서 같은 것으로 보면 된다.
또 무대 전면의 파이프오르간 숫자를 헤아리는 사람도 많은데, 볼 수 있는 전면 파이프(prospekt) 이외에 뒤의 보이지 않는 방 속에는 더 많은 파이프들이 설치돼 있다. 파이프 뒷면 공간에 들어서면 각양각색의 파이프를 비롯한 악기 부품이 복잡하지만 일정 규칙에 의해 배치된 것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마치 아름다운 추상 조형물을 연상시킨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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