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수교수 등 동양고전연구회
철저한 고증 현대적 해석 가미


한국철학과 동양철학 전공자 12명이 25년간 2주에 한 번씩 모여 번역·주석 작업 끝에 논어, 맹자, 대학, 중용의 사서(민음사)를 번역, 출간했다.

1992년 이강수 전 연세대 철학과 교수, 김병채 전 한양대 철학과 교수 등이 주축이 돼 모인 동양고전연구회의 작업으로 무엇보다 25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의 무게가 놀랍다. 이들은 고전붐으로 논어의 경우만 따져도 현재 번역서가 100여 종, 해설서까지 포함하면 700여 종에 이르는 상황에서 또 한 권을 더 보태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완전본을 내놓는다는 심정으로 작업했다고 한다.

처음엔 이강수 전 교수를 포함해 6명으로 출발했지만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빠지는 학자도 있고, 새로 들어온 학자들도 있어 함께 작업한 학자는 12명에 이른다. 현재는 이 전 교수를 포함해 고재욱 강원대 철학과 교수, 이명한 중앙대 철학과 명예교수, 유권종 중앙대 철학과 교수, 정상봉 건국대 철학과 교수, 안재호 중앙대 교양학부 조교수, 이연승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김태용 한양대 철학과 부교수, 이진용 연세대 원주캠퍼스 철학과 부교수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이 처음부터 생각한 번역의 원칙은 원전에 충실한 주석과 현대적 해석. 중심을 지키면서도 독자들이 접근하기 쉽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이 가장 먼저 손댄 것은 논어이다. ‘논어’야말로 우리 전통 사상과 문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은 이제까지 출간된 논어는 주로 주희의 ‘논어집주’에 근거했으나 논어집주와 공자의 원뜻 사이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기에 한나라 이후 나온 중요 주석서와 참고서를 참고해 작업을 벌였다. 그 결과 2002년 ‘논어’를 번역, 출간해 교수신문으로부터 가장 완벽한 논어 번역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 뒤 대학, 중용, 맹자 순으로 작업이 이뤄졌고 이번에 논어 개정판까지 더해 사서를 한꺼번에 출간했다.

25년에 걸친 긴 시간이지만 이들의 작업 과정은 변하지 않았다. 먼저 번역자들이 한 편씩 나눠 번역하고 장마다 필요한 부분에 주석을 달아 발표하면 다른 주석들과의 비교·토론 작업이 이뤄졌고 이를 통해 초역이 완성됐다. 그 뒤 초역에서 발견된 오역을 바로 잡고, 주해 가운데 지나치게 초보적이거나 문맥의 이해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주석을 솎아내는 작업이 이뤄졌다.

고재욱 교수는 “지금 세계는 세계화와 다문화주의라는 거대한 격랑 속을 흘러가고 있다. 이는 20세기 내내 군림한 서구 및 백인 문화 중심에서 벗어나 비서구 및 소수 인종의 문화도 동등하게 존중하자는 의미”라며 “이러한 문제를 함께 고민하면서 고전에서 그 해결의 길을 찾아보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연구회 총무를 맡고 있는 안재호 교수도 “사서의 현재적 의미는 인간의 존엄성”이라며 “공자의 인, 맹자의 성선 개념은 우리가 ‘자기 존엄성’을 지닌 존재로, 사서와 고전은 이를 확인해 보려는 사람에게 큰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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