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에서도 이와 같은 현상이 지금 이 순간에도 쉼 없이 일어나고 있다. 열전도처럼 음식을 통해서 몸에 직접 에너지를 공급받고, 열대류처럼 호흡을 통해서도 에너지를 받아들인다. 하지만 단순히 생물학적 생존이 아닌 인간다운 생활을 위해서는 무언가 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나 열정이 필요한데, 이것이 인체에서 열복사에 해당하는 것으로 어떠한 물질(매질)을 통하지 않으면서도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에너지원이다.
오늘 살펴볼 지골피(地骨皮)가 바로 인체의 열복사·열정과 관련된 약재다. 지골피는 우리가 익히 아는 구기자나무의 뿌리껍질로 성미(性味)가 감한(甘寒)하여 한기(寒氣)로 몸을 시원하게 하면서도 감미(甘味)가 열로 인해 증발한 진액을 보충해 준다. 특히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단순한 체표의 열이 아니라 뼈 속 깊숙이까지 스며든 열인 골증열(骨蒸熱)을 제거하는 데 탁월하다.
골증열은 ‘열정 과잉으로 인한 전신쇠약’으로, 몸이 곧 무너지기 일보직전인데도 불구하고 해내기 힘든 일을 계속해서 무리하게 한 경우 진액은 물론이고 골수까지 증발돼 나타나는 일련의 증상을 말한다. 늦은 오후나 밤에 자꾸 열이 오르면서 잠잘 때 자신도 모르게 땀을 침구가 다 젖을 정도로 흥건하게 흘린다거나, 몸이 점점 야위어가고 늘 갈증이 있으며 기침이 지속돼 심하면 피를 토하는 경우가 골증열에 해당한다. 이 상황에서 지골피는 신(腎), 간(肝), 폐(肺)에 각각 작용하여 골(骨)에서부터 쌓여 근육과 피부 등 전신으로 퍼져나간 허열(虛熱)을 안에서부터 밖까지 차례로 풀어내는 작용을 한다.
본래 골(骨)이란 인체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요즘처럼 아무리 무더운 날씨에 뙤약볕을 쬐더라도 쉽게 뜨거워지거나 마르지 않지만, 의욕만 앞선다거나 자꾸 초조해져서 일의 절차와 순서를 어그러뜨릴 경우 발생한 마찰열이 뼈에 쌓여 위와 같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그래서 지골피는 요즘처럼 성공에 대한 열망으로 정도를 벗어날 경우 생활의 기준(뼈대)을 다시 잡아주는 역할을 해준다.
지골피는 입추가 지난 후에 채취하여 햇볕에 말린 것을 사용한다. 껍질이 크고 두꺼우며 안쪽 면이 깨끗한 것이 좋다. 구기자 자체가 점액성이 많아서 벌레가 많이 먹기 때문에 잔류농약이 없다는 것이 확인된 제품만 사용하는 것이 좋다. 또한 약용부위가 뿌리껍질이므로 이물질이 확실히 제거되고 충분히 건조된 것을 사용해야 한다. 차로 마실 때는 물 3컵에 지골피 20g과 구기자 8g을 넣고 물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끓인 후 마시면 된다. 지골피의 성질이 찬 편이어서 평소 비위가 찬 경우와 감기 등 감염으로 인한 열증에 복용해서는 안 된다.
유창석 차서레시피 한의사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