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호 체육부장

지난 29일 한국 리틀야구대표팀이 월드시리즈 결승에서 미국과 맞붙었다. 12세 이하 동서울 올스타 13명으로 구성된 리틀야구대표팀은 비록 1-2로 패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지와 뛰어난 기량으로 찬사를 받았다. 한국 리틀야구는 최근 들어 눈부신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2014년엔 29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리틀야구의 경쟁력이 높아진 원인은 저변 확대다. 2005년까지 리틀야구 클럽팀은 20여 개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160여 개에 이른다. 리틀야구는 생활체육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학교가 아닌 클럽이 중심이며, 지방자치단체가 클럽을 운영하고 지원한다. 리틀야구는 학교 수업을 다 마친 뒤 운동한다. 학업에 지장을 받지 않기 위해 주말과 방학 중에만 운동하는 리틀야구단도 많다.

클럽팀이 눈에 띄게 증가한 건 학업과 운동을 병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상 등 성적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건전한 정신과 건강한 신체를 기를 수 있어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서 리틀야구의 인기는 높다. 클럽팀이 증가하면서 리틀야구단원도 늘어났고, 이로 인해 전반적인 경기력이 향상됐다. 리틀야구 클럽에서 활동하다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야구선수의 길로 들어서는 학생들이 있다. 물론 중학교에 진학한 뒤에도 야구를 계속 취미로 즐기는 학생들이 더 많다.

리틀야구처럼 저변을 확대해 잠재력이 뛰어난 인재를 대폭 발굴하고, 선의의 경쟁을 통해 엘리트선수로 육성하는 게 바람직한 시스템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종목은 학생체육, 생활체육과 거리가 멀다. 소수의 자원을 어렸을 때부터 집중 조련해 선수, 국가대표로 육성하는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대부분의 종목은 초등학교 3∼4학년 때부터 학업을 팽개치고 운동에 전념하는 ‘운동기계’를 양산하고 있다. 국제대회 성적이 곧 국력이라는 잘못된 사고방식, 성적지상주의에 사로잡혀 엘리트스포츠에 체육정책의 초점을 맞춰왔기 때문이다.

한국의 엘리트스포츠는 그러나 한계에 부딪혔다. 소수정예(少數精銳)로는 더 이상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점이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확인됐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종합 5위였던 한국은 리우에선 8위에 자리했다. 금메달 10개 획득이란 목표는 채우지 못했다. 반면 영국과 일본은 수직 상승했다. 영국과 일본은 런던에서 3위와 11위였지만 리우에선 2위와 6위로 뛰어올랐다. 영국과 일본은 생활체육의 기반 위에서 엘리트스포츠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늘렸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어 좋은 본보기가 된다.

엘리트스포츠를 관장하는 체육회와 생활체육을 담당하는 국민생활체육회는 지난 3월 통합됐고, 오는 10월엔 통합체육회장이 선출된다. 이제 생활체육이란 토양에서 엘리트스포츠라는 나무가 무럭무럭 자랄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다. 25년 만에 한몸이 되는 것이기에 실질적인 통합까지는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리우올림픽에서 엘리트스포츠의 ‘독주’는 마침표를 찍었다. 리틀야구가 일군 성과를 교훈 삼아 저변확대에 주력하면서 체육 인재를 발굴, 양성하는 게 한국 스포츠의 밝은 미래를 보장하는 유일한 길이다.

jhlee@
이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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