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00조7000억 원 규모의 2017년 예산안을 30일 확정했다. 사상 처음으로 400조 원을 넘어서 ‘슈퍼예산’ 별칭도 붙었다. 총수입은 올해 본예산보다 6% 늘려 잡은 반면 총지출 증가율은 3.7%로 묶었다. 나랏빚도 683조 원에 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처음 40%를 돌파해 40.4%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 예산편성은 고도의 정밀성을 요하는 작업이다. 국정 철학과 ‘선택과 집중’이 농축돼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그런 게 보이지 않아 실망스럽다. 특히 내년 나라 살림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정교하고 촘촘했어야 했다. 인구절벽 문턱에 들어서고 산업계 구조조정의 빅뱅이 예상되는데다 미국 금리인상 등 대내외 악재가 줄줄이 대기 중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선을 앞두고 복지 포퓰리즘까지 기승을 부릴 태세 아닌가.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상황에서 복지예산 비율을 사상 최고치(32.4%)로 늘린 건 이해하고 넘어간다 치자. 그렇다고 미래(未來)성장동력을 키우고 경제 활력을 높일 투자를 희생양으로 삼는 건 소탐대실이다. 산업예산은 2% 줄었고,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도 8.2%나 깎였다. 연구·개발(R&D) 예산은 3000억 원 늘렸다지만 5000억 원 증가한 문화예산에 비하면 ‘과학기술을 통한 창조산업 육성’이라는 박근혜정부의 구호가 부끄러울 수준이다.

한국 경제가 살아나려면 잠재성장률을 극대화해야 한다. 그러려면 성장동력 부문에 대한 투자를 결코 소홀히 해선 안 된다. 성장이 지체되면 복지나 일자리 예산도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내년 예산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국회의 냉정하고 현명한 판단이 더욱 요구되는 이유다. 복지 수요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 미래투자 예산을 옥죄는 만큼 복지개혁에 대한 국민적 합의의 필요성도 절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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