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공적자금관리委 민간위원장

통화스와프는 두 주체가 종류가 다른 자금을 교환하는 금융거래이다. 그런데 중앙은행들끼리의 통화스와프는 위기 상황에 대비한 긴급자금 조달 메커니즘 역할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계약을 체결해 놓았다가 갑자기 긴급자금이 필요할 때 조달할 수 있게 되므로 통화스와프협정은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이 된다. 이는 가뭄의 단비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1997년 10월 외환위기가 가시화되던 상황에서 일본계 은행들은 우리나라에서 약 80억 달러를 인출해갔다. 그리고 이를 기점으로 우리 경제는 외환위기의 늪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국가가 외환 관리를 잘못하면 무슨 꼴을 당할 수 있는지 우리는 외환 위기를 통해 생생하게 배운 바 있다. 외환부문이 잘못되면 경제가 폭삭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우리가 무너지는 모습을 본 중국이 상당한 교훈을 얻고 외환보유고를 세계 1위 수준으로 화끈하게 쌓아서 2008년 위기를 잘 넘겼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위기가 발생한 9월 이후 무려 700억 달러 수준의 해외 자본이 우리나라를 빠져나갔다. 외환보유고는 2000억 달러 근처까지 하락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악소문이 돌았다. 2000억 달러 대에서 1000억 달러 대로 외환보유고가 감소하면 신용등급이 강등될 것이라는 소문까지 들렸다. 그런데 당시 이명박정부는 워싱턴에서 다양한 채널을 가동했고 결국 한국은행과 미국 중앙은행 간에 300억 달러의 통화스와프를 성사시켰다. 이는 우리가 미국에 원화를 넘기고 300억 달러를 받아오는 거래였다. 미국이 우리에게 300억 달러를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통화스와프 거래이다 보니 그 위력은 상당했다.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이 급격히 안정되고 외환위기의 그림자는 사라지기 시작했다.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를 사용하는 우리 경제는 외환위기 방지를 위해 평소에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누가 뭐라든 경상수지 흑자를 내면서 외환보유고를 충분히 쌓아야 한다. 물론 여기서 ‘충분히’는 사실상 ‘다다익선(多多益善)’에 가깝다. 상황이 이러하니 다른 국가와 통화스와프를 맺는 것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 경상수지 흑자, 충분한 외환보유고, 그리고 여기에 다양한 국가와의 통화스와프협정이 추가되면 ‘금상첨화(錦上添花)’다. 여러 이웃 국가들과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는 것은 외환위기 가능성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수술 시에 사용할 혈액을 미리 조달해 놓는 것과 동일하다. 수술받을 때 혈액이 충분하면 사망률은 현저히 줄어든다.

일본과의 관계가 틀어지고 통화스와프를 중지한 이후 1년 6개월여 만에 다시 스와프협정 체결이 긍정적으로 논의된다고 하니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하필이면 일본이야’ 하는 것은 우리 입장에서는 사치이다. ‘가깝고도 먼’ 이 나라는 세계 3대 기축통화인 엔화의 발행국이다. 그럴수록 경제와 기타 문제를 분리해 이득을 취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일본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으면 일본계 은행들이 우리나라에서 갑자기 자금을 인출하는 식으로 행동할 가능성은 줄어든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우리의 위상은 결코 높지 않다. 판을 좌지우지할 수 없으면 판에 쓸려 넘어가지 않도록 현명한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유일호 경제팀이 이러한 식의 다양한 안전망 구축을 통해 한국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을 많이 만들면서 경제운용에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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