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일 제정된 북한인권법이 다음 달 4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이로써 ‘인류 보편의 가치’인 인권 증진 및 보호 활동이 우리 국내법령에 근거해 북한 주민들에게도 구현될 수 있게 됐다. 북한인권법의 제정과 시행은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임을 대내외에 천명하는 동시에, 국가가 헌법 정신에 따라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에 적극 나서겠다는 중요한 법적 의미를 가진다. 나아가 북한 인권 신장을 위한 세계적 노력에 동참하고, 한민족 성원 모두가 평화롭고 행복한 삶을 누리는 통일의 길을 열기 위한 법 제도적 장치가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북한 인권 법령을 정비할 때 ‘절차적 민주화’는 법규 내용의 타당성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간 정부가 유관부처 간 협의는 물론,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노력한 것은 적절했다. 시행령의 내용도 초안보다는 많이 다듬어지고 체계성·완결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이제 북한인권법 시행을 계기로 쟁점사항을 정리하고 법 적용의 방향을 정립해야 한다.
첫째, 북한인권법은 북한 주민의 정의(定義)와 관련해서 탈북자를 배제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에 재외 탈북자를 돕는 단체 지원이 곤란하게 돼 있다. ‘기획 탈북’을 우려하는 야당의 반대가 작용한 결과로, 북한인권단체들로선 불만인 대목이다. 법이 여야의 절충으로 통과된 현실을 직시할 때 재외 탈북자를 돕는 단체에 대한 지원은 중·장기적 과제로 접근, 해결을 추구하는 게 바람직하다.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법’의 보완을 통해 개선책을 모색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둘째, 북한인권법과 시행령은 북한 주민의 정보 접근권(알 권리) 개선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그렇다고 그런 활동을 전면 금지한 것은 아니다. 정부는 북한 주민의 정보 접근권 개선을 위한 다양한 활동 중 논란이 적은 것부터 시작하고 가능한 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셋째, 북한인권재단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 줘야 한다. 정부가 해당 법령에 따라 북한인권재단의 활동을 적절히 감독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일일이 간섭할 경우, 북한 인권 증진 활동이 위축됨으로써 국민적 및 대외적 신뢰를 훼손할 위험이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넷째, 북한인권재단의 사업비 중 적지 않은 액수가 민간단체 지원 예산으로 책정될 것이다. 이는 북한인권단체와 인도적 지원단체로 나뉘어 집행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5대5 방식으로 기계적 배분을 할 것인가 여부다. 앞으로 대북 인도적 지원이 재개될 경우 인도적 지원 단체들에는 남북협력기금이 매칭펀드 방식으로 지원될 것이다. 이 점을 감안해 재원 배분 시 ‘운용의 묘’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 또 해외 북한인권단체들이 지금 이 법에 따른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해외단체 지원은 과거 우리가 진 빚을 갚는 의미도 있고, 국제공조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다섯째,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에 법무부 검사를 파견해 인권침해 기록업무의 실효성을 제고하고, 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활동을 제도적으로 잘 뒷받침할 수 있도록 후속법령을 완비해야 한다.
여섯째, 북한인권자문위원회 위원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위촉·선임 시 북한인권단체(탈북자단체 포함) 대표를 최대한 참여시키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외직명인권대사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간에 적절한 역할 분담 및 상호 협력을 통해 국제협력 활동에 시너지 효과를 발휘토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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