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 늘어 새 노동력 활용기대
평생교육 시스템 구축 필요성
“복지 지출 증가 부담” 전망도
“현재 우리나라 75세 이상 고령자의 노동시장 참가율은 18.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4.3%의 4배에 달하지만, 노인빈곤율도 OECD 평균의 4배로 최고 수준입니다. 세입 감소, 복지지출 압박 증가, 적자 재정이 우려됩니다.”(이인재 한신대 휴먼서비스학부 교수)
“인구구조가 고령화하면서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히 감소해 경제성장률이 하락한다는 전망도 있지만, 의료 기술 발달 등으로 건강한 고령층이 더 오랜 기간 노동시장에 남을 수 있는 노동시장 기반이 조성되면 생산성 향상과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김범수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고려대 미래성장연구소(소장 김동수 전 공정거래위원장)가 주최하고 문화일보가 후원해 30일 서울 중구 명동 서울YWCA회관에서 열린 ‘고령층 적합형 일자리 창출 및 고용의 질 개선 방안’ 세미나에서는 양질의 고령층 일자리를 우리 사회가 어떻게 공급할지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참석한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2018년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가 14% 이상인 고령사회에 진입한 뒤에도 고령화는 더욱 가파르게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고령사회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령층 일자리 대책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한 진단은 전문가마다 다양했다.
발표자로 나선 이인재 교수는 고령자 고용컨설턴트 제도 도입,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재교육 사업, 사회적기업 등을 통한 노인 일자리 수요 발굴 등 고령자 고용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스웨덴처럼 정부가 직접 인력파견을 하거나, 독일처럼 고용센터 등 공공성이 강한 기관에서 파견회사를 설립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범수 교수는 고령화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악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시각을 내놨다. 김 교수는 “고령사회에 대한 두려움은 18세기 토머스 맬서스의 인구론(인구는 증가하는데 자원은 제한돼 성장을 심각하게 제약한다는 게 골자)과 비슷한 논리지만, 당시 인구가 두 배로 증가한 가운데 1인당 소득은 세 배로 증가하면서 이 같은 우려는 현실화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건강한 고령층이 늘면서 은퇴 시기가 미뤄지고, 자녀 교육수준 증가로 인적자본의 질이 향상되면서 생산성 향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고령화 사회에 걸맞은 노동시장의 개편 필요성도 언급됐다. 박성희 고용노동부 고령사회인력정책관은 “올해부터 정년 60세 의무화 제도가 시행 중이지만, 명예퇴직 등으로 40대 후반∼50대 초반이면 대부분 퇴출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정부는 정년제도가 실제로 정착할 수 있도록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호봉제 임금체계를 탈피해 임금과 인사 관리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연령이 높아지면 직급과 임금 수준이 저절로 높아지는 현재 시스템은 기업이 장년층 채용을 꺼리게 해 장년 일자리를 줄이는 부작용을 낳는다는 판단에서다. 황수경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25년쯤에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 생)가 노인일자리 시장에서 빠져나가고, 저출산 영향으로 일자리를 구하려는 청년들도 상당수 줄어드는 노동시장 구조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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