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책장을 정리하면서 몇 해 전에 사용하던 취재노트를 펼쳤더니 잊고 있었던 한 아마고수의 골프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노트에는 그 아마고수가 자신만의 골프를 즐기기 위해 ‘골프에 대한 열정 테스트’라는 제목으로 실천하려 했던 20개 항목이 빼곡히 적혀 있었습니다. 골프를 치면서 무미건조하다고 느꼈던 그는 이 내용을 미국에서 발행된 한 골프잡지에 나온 ‘골프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목록’을 참조해 실천 가능한 내용만을 골라 놓았던 것입니다. 수첩에 늘 넣고 다녔다는 그가 3개 골프장에서 클럽챔피언을 5차례나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고 말한 기억이 났습니다. 그가 적어놓은 항목들은 골프 기량보다는 골프에 대한 열정만 있다면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프로대회가 열린 다음 날 라운드하기 △1년에 적어도 5 이상의 핸디캡 줄이기 △세 홀 이상 연속해서 버디 기록하기 △하루에 54홀 플레이하기 △동도 트지 않은 새벽녘에 첫 팀, 혹은 해가 진 후 어둠 속에서 가장 뒤 팀에서 마지막으로 18번 홀 플레이하기 △프로대회를 직접 가서 보기 △공식 아마추어 대회에 출전하기 △친구들과 일주일 동안 골프 여행하기 △한 홀에서 티샷으로만 3회 이상 연속 OB 내기 △투어프로와 함께 18홀 라운드하기 △파 5홀에서 2온 하기 △스코어카드 1년 치 모으기와 골프 일기 쓰기 △마지막 홀에서 칩인으로 역전하기 △하루에 두 개의 골프장에서 라운드하기 △자신의 스윙을 비디오로 촬영하기 △3시간 이내에 18홀 라운드 마치기 △룰 북 갖고 다니기 △스스로 벌타 적용하기 △시속 60㎞ 강풍이 불거나 장대비 속에서 18홀 종료하기 △화가 났을 때 클럽을 부러뜨리거나 연못에 집어 던지기.

항목마다 누구를 만나도 ‘골프 무용담’으로 자랑할 만한 것들입니다. 그는 1년마다 스스로 채점했습니다. 해당 항목이 5개 이하라면 다른 스포츠를 해도 골프가 아쉬워지거나 미련이 남지는 않을 단계, 11개 이하라면 골프에 몰입하지만, 아직 채워야 할 게 많아 더 열심히 골프를 해야 할 단계, 16개 이하는 실력도 뛰어나고 남들에게 골프무용담을 자랑해도 될 단계, 17개 이상이면 매사에 1순위는 골프이며 모두에게 인정받는 진정한 골프광 소리를 듣는 단계로 구분했습니다.

기자도 내 골프의 ‘현재’를 알 수 있겠다 싶어 스스로 점수를 매겼더니 20개 중 절반도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생각 없이 그냥 골프만 해왔다는 반성도 해봅니다. 이를 참조해 실천 가능한 몇 가지를 더 넣어 열혈 골퍼가 되기 위한 나만의 ‘체크 리스트’로 만들려고 합니다. 여러분도 나름의 ‘버킷 리스트’로 만들어 실천해도 좋을 듯합니다.

ms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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