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으로 권좌에서 물러났다. 2003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의 당선으로 시작된 좌파 노동자당(PT)의 13년여 집권도 일단 막을 내렸다. 2014년 10월 재선에 성공한 호세프 대통령은 임기의 절반도 못 채우고 브라질민주운동당(PMDB)의 미셰우 테메르 부통령에게 대통령 직무를 넘기게 됐다.
탄핵소추의 죄목은 호세프 대통령이 재정회계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즉, 2014년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지지자들을 위한 복지 프로그램 지출을 늘리면서 불어난 재정 적자를 감추기 위해 연방기금을 불법적으로 전용했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호세프 대통령이 브라질 경제를 망쳐 놨고,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를 중심으로 한 대형 부패 스캔들에 PT를 중심으로 정치인 수십 명이 연루된 데 따른 정치적 실망감이 다수 국민으로 하여금 탄핵 지지 분위기를 만들었다.
브라질 경제는 지난해에 -3.8% 성장했고 올해도 그 정도가 예상된다. 석유, 철광석, 콩과 같은 자원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가 세계 경제의 침체에 따라 맞게 된 어쩔 수 없는 결과지만, 비난의 화살은 대통령의 무능으로 향하고 있다. 여기에다 늘어난 재정적자, 인플레이션, 실업률 등 모든 경제지표가 빨간 불이다. 전임 룰라 대통령 시절에 고도 성장을 맛본 브라질인들은 후임 호세프의 무능이 브라질 경제 위기를 불러왔다고 비난한다.
설상가상으로 호세프 대통령이 페트로브라스의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하고 있을 때 이뤄진 대형 부정부패 스캔들이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떨어뜨렸다. 더욱이 호세프 대통령의 매우 권위주의적인 태도로 인해 상하원 동맹 세력의 결속 유지에 실패했다. 심각한 경제난에 우군마저 잃은 대통령이 반대파들의 공격을 막아낼 도리가 없게 된 것이다.
브라질의 이번 대통령 탄핵 사태는 브라질 민주주의가 안고 있는 고질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그것은 대통령제 권력구조와 비례대표제 선거제도-다당제 의회라는 어울리지 않는 정치 제도들의 결합에 기인한다. 브라질에서 현재 하원의석을 가진 정당은 32개다. 하나의 주(州)를 하나의 선거구로 해서 비례대표 방식으로 의원을 선출하는 선거 제도의 결과다. 정당이 이렇게 많다 보니 어느 정당도 의석의 25% 이상을 갖지 못했다. 호세프 대통령의 집권당 PT는 하원에서는 513석 중에서 68석(13%)을 차지해 제1당이었고, 상원에서는 81석 중 12석(15%)을 차지해 제2당이었다.
그러니 브라질에서는 대선에서 정당 연합이 일반적이다. 호세프 대통령은 PMDB 등 8개 정당과 연립해 대선에서 승리하고, 하원의석의 59%와 상원의석의 65% 지지를 바탕으로 연립정부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대통령제에서 연립정부는 결속력이 약하고 쉽게 붕괴하는 경향이 있다.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상하원에서 비교적 쉽게 가결된 것은 그의 연립 파트너들이 대통령의 인기가 폭락하자 대부분 이탈했기 때문이다.
브라질의 대통령 탄핵 사태는 한 정권의 운명이 세계 경제의 출렁거림에 따라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점과 재정 능력을 초과한 복지 지출이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그리고 정부 형태-선거 제도-정당 체계가 잘 어울리는 방향으로 조직되지 않으면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점도 가르쳐준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두 우리에게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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