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았잖아요!
각 배우의 인지도나 흥행 파워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어울리는 정도)이다. 송강호의 연기가 뛰어난 것은 인정하지만 그가 ‘아저씨’를 원빈 같은 느낌으로 소화할 순 없다.(실제로 이정범 감독은 40대 아저씨를 주인공으로 삼으며 송강호, 김윤석 등을 섭외할 계획이었다) 특히 영화 속 주인공이 실존 인물일 경우 그와 비슷한 이미지를 가진 배우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7일 개봉을 앞둔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를 연출한 강우석 감독은 실존 인물인 김정호의 초상화를 본 후 차승원을 섭외하기로 결심했다. 강 감독은 “처음에는 서구적 스타일인 차승원을 캐스팅하기에는 우려가 있었지만 초상화를 보니 너무 닮아서 마음을 굳혔다”고 밝혔다.
‘인천상륙작전’의 제작사 태원엔터테인먼트 역시 2014년 시나리오가 완성된 뒤 리엄 니슨에게 맥아더 장군 역을 제안했다. 정태원 태원엔터테인먼트 대표는 “한국전쟁 당시 맥아더와 리엄 니슨의 연령도 비슷했고, 외모 역시 닮은꼴”이라며 “리엄 니슨의 굵은 저음에서 배어 나오는 카리스마 역시 맥아더 역할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예상은 적중했다. 리엄 니슨은 적은 출연 분량에도 불구하고 인천상륙작전의 흥행을 일군 일등공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외에도 허진호 감독이 ‘덕혜옹주’를 연출하며 이우 왕자 역을 배우 고수에게 제안한 이유도 “닮아서”였다.
◇검증됐잖아요!
7일 관객과 만나는 영화 ‘밀정’은 충무로 최고 몸값과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송강호가 주연을 맡았다. 작품을 고르는 안목이 까다롭다는 그의 마음을 움직인 이는 밀정을 연출한 김지운 감독이었다. 두 사람은 영화 ‘조용한 가족’을 시작으로 ‘반칙왕’,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등에서 이미 호흡을 맞췄다. 밀정은 김 감독이 직접 쓴 시나리오가 아니지만, 송강호는 그의 연출력에 대한 강한 믿음으로 출연을 결심했다는 후문이다.
김 감독 역시 이미 수차례 활용했던 송강호가 또 다른 결의 연기를 보여줄 수 있다는 신뢰를 바탕으로 다시 그의 손을 잡았다. 김 감독은 “송강호에 대한 느낌은 20년간 유지됐다”며 “한 번도 퇴행과 유보 없이 자신의 한계를 깨나가는 것이 놀라웠다”고 극찬했다.
김지운 감독에게 송강호가 있다면, 김성수 감독 곁에는 정우성이 있다. 김 감독은 ‘비트’와 ‘태양은 없다’를 통해 정우성을 ‘2000년대 청춘의 아이콘’으로 빚은 이다. 이후 김 감독의 연출작인 ‘무사’에 한 차례 더 출연했던 정우성은 이달 말 개봉되는 ‘아수라’로 재회했다. 김 감독은 이 영화에서 비리 형사 역을 맡은 정우성에 대해 “그와 잘 어울리지 않을 법한 악역이어서 걱정이 많았다”며 “하지만 촬영 현장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보며 ‘역시 정우성이구나’ 싶어 뿌듯하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인연이 있으니까요!
1200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모으며 올여름 최고 흥행작이 된 영화 ‘부산행’. 하지만 캐스팅 과정은 난항이었다. 캐릭터보다는 소재나 설정에 초점이 맞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병헌, 원빈 등이 고사했고 그 역할은 공유에게 돌아갔다. 공유는 올해 초 개봉된 주연작 ‘남과 여’의 프로듀서였던 부산행의 제작사 레드피터 이동하 대표의 출연 제안을 받은 후 불과 이틀 만에 “출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공유의 선택은 옳았고, 뜨거운 부성애 연기까지 선보인 그는 ‘한국형 좀비 영화’의 주인공으로서 1000만 배우 대열에 합류했다.
부산행을 거절했던 이병헌은 또 다른 할리우드 영화 ‘매그니피센트7’으로 추석 시즌 돌아온다. 그가 연기한 빌리 락스 역을 맡길 배우를 고민하던 앤트완 퓨콰 감독은 이병헌과 직접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고, 당시 영화 촬영차 미국 뉴올리언스에 머물던 그와 속전속결로 미팅이 이뤄졌다. 퓨콰 감독이 자신이 출연한 영화 ‘달콤한 인생’의 팬임을 알고 있었던 이병헌은 이 부분을 강조했고 퓨콰 감독은 “오 마이 갓!”이라고 화들짝 놀라며 그 자리에서 출연을 결정지었다. 정작 이병헌은 달콤한 인생을 연출했던 김지운 감독의 신작인 밀정과 흥행 경쟁을 벌이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였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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