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많은 대화 위해 동시통역 방식 진행

박근혜 대통령이 5일 오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가진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당위론을 역설하기 위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마련해 대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 정상은 지난 3월 31일 미국 워싱턴에서 한 회담에 이어 5개월여 만에 정상회담장에서 만났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 하늘색 셔츠와 남색 정장을 입고 참석했다. 전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회식에 앞서 나눈 시 주석과의 인사 자리에서 박 대통령이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빨간색 옷을 입었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회담은 현지시간으로 오전 8시 27분에 시작했으며, 9시 13분에 종료돼 46분간 진행됐다. 보통 정상회담은 순차 통역으로 진행되는데,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동시통역으로 진행됐다. 보다 많은 대화를 나누기 위해 통역 방식을 변경했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간 밀월 관계를 보여줬던 한·중이 사드 배치 결정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만큼 이번 정상회담은 양국의 입장 차이를 얼마나 최소화하는지에 관심이 쏠려 있다. 박 대통령은 이에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시 주석의 사드 배치에 대한 발언 내용에 따라 시나리오별로 다양한 대응 답안들을 미리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이 강하게 반대하면서 계획 철회를 요청하는 상황에서 한·중 경제협력 문제를 거론하는 경우까지 모든 것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한편 박 대통령은 전날 개회식과 함께 제1세션 정상회의를 한 뒤 저녁에 시 주석의 안내로 다른 정상들과 항저우가 자랑하는 절경 서호(西湖)로 옮겨 만찬과 함께 야경을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이 2002년부터 5년간 저장(浙江)성 서기를 지내면서 항저우에서 근무한 적이 있기 때문에 정상들을 위한 ‘항저우 가이드’를 자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상들은 서호가 내려다보이는 시쯔(西子)호텔에서 환영 만찬을 한 뒤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서호를 돌아봤다. 정상들은 이곳에서 중국의 명장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이 연출하는 ‘가장 그리운 것은 항저우(最憶是杭州)’라는 제목의 공연 관람 일정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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