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85일… 본말전도 된 국회

5일로 제20대 국회가 개원(6월 13일)한 지 85일째를 맞았지만 대부분의 상임위원회는 아직 법안 심의에 시동도 걸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야 의원들이 개원과 동시에 경쟁적으로 법안 발의에 나섰지만, 여야는 쟁점 현안을 둘러싼 정쟁에만 매달릴 뿐 정작 법안 심의와 처리는 뒷전으로 미뤄온 셈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이날 오전 20대 국회 들어 처음으로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남북교류협력법 일부 개정안’(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 등 19건의 법안을 심의했다.

이날 법안소위에 상정돼 심의된 법안 19건 중 11건은 정부가 발의한 법안이나 비준동의안이었고, 의원발의 법안은 8건이었다. 20대 국회 개원 후 두 차례 임시국회가 열렸음에도 법안소위가 이날에야 시동을 건 것이다.

하지만 외통위는 다른 상임위와 비교해 그나마 사정이 나았다. 정보위원회를 제외한 15개 상임위 가운데 12곳은 20대 국회 개원 후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법안을 상정한 건수가 전무했다.

운영위원회·법제사법위원회·정무위원회·기획재정위원회·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국방위원회·산업통상자원위원회·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환경노동위원회·국토교통위원회·여성가족위원회 등이 해당 상임위다.

정부나 의원이 국회에 법안을 제출하면 ‘상임위 전체회의 상정→법안소위 회부→법안소위 심의 후 의결→상임위 전체회의 의결→법사위 전체회의 상정→법사위 법안소위 회부→법사위 법안소위 심의 후 의결→법사위 전체회의 의결→본회의 상정 후 의결’ 등의 과정을 거친다. 상임위 전체회의에 상정된 법안이 전무하다는 것은 곧 그 상임위 소관 법안은 국회에서 아무런 심의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잠자고 있다는 의미다.

안행위와 복지위는 상임위 전체회의에 소관 법안들을 상정했으나, 아직 법안소위를 한 차례도 열지 않았다. 이들 역시 본격적인 법안 심의에 들어가지 않은 것이다.

5일 오전 현재 20대 국회 개원 후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2012건으로, 이들 중 1933건은 소관 상임위에 배정됐다. 여야가 법안 심의에 ‘느림보 행보’를 보임에 따라 20대 국회에서도 무더기로 법안들이 폐기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9대 국회에 접수된 1만7822건의 법안 중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된 법안은 1만190건이었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원 구성 이후 3개월 가까이 여야가 각자 지도부를 뽑는 등 다른 문제에 정신을 쏟은 것으로, 본말이 전도됐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국회의원의 직무 중 가장 중요한 게 상임위 활동”이라며 “이를 소홀히 한다는 것은 국회의원의 본분을 포기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오남석·김동하 기자 greentea@munhwa.com
오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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