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슬램’ 달성한 보비 존스
마음을 다잡은 존스는 침착하게 경기를 펼쳐나갔다. 존스는 75타를 기록하면서 2타 차로 승리했다. 당시의 메이저대회는 목·금요일에 각각 한 라운드와 토요일 오전, 오후에 2라운드를 돌았지만 일요일에는 경기를 치르지 않았다. 존스는 영국에서 두 개의 트로피를 안고 미국행 뱃길에 오를 수 있었다. 열광한 미국은 뉴욕에서 골프선수 최초의 카 퍼레이드를 벌이며 환영했다. 언론들은 곧 이어 있을 US오픈, 아마 오픈의 우승을 기대하며 그랜드슬램까지도 조심스럽게 언급하기 시작했다. 그해 7월 10일 미네소타주의 인터라첸 골프장에서 열린 US오픈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전년도 챔피언 존스의 타이틀 방어가 아니라 누구도 기록하지 못했던 인류 최초의 그랜드슬램이었다. 존스는 3라운드까지 71-73-68타를 치며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4라운드에선 2위와의 간격이 5타 차여서 존스는 편하게 마지막 라운드를 풀어나갔다. 하지만 그를 괴롭혀 왔던 마지막 라운드의 징크스가 고개를 들었다. 갑자기 파3 홀에서만 모두 더블보기를 범하는 난조를 보이기 시작했다. 정작 긴장한 쪽은 갤러리들이었다. 샷을 할 때마다 모두 숨을 죽여가며 홀 주변에서 갤러리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3주 전 디 오픈에서도 존스에게 2타 차로 패했던 영국의 맥다월 스미스가 2타 차로 따라붙었다. 하지만 골프의 신은 존스의 편에 섰다. 4라운드에서 75타로 부진했지만 존스가 2타 차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언론들은 마지막 남은 US아마추어에서 존스의 우승을 염원하며 연일 대서특필했다. 가을 문턱에 들어선 9월 필라델피아의 메리언 크리켓골프장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랜드슬램을 향한 마지막 티 박스에 선 존스는 오히려 침착해 보였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평온한 상태. 그를 괴롭혔던 불안증조차도, 담배를 한 홀에 서너 대씩 피워야 하는 초조감마저도 들지 않았다. 존스는 매치플레이로 벌어진 마지막 라운드에서 유진 호먼스를 8대 7로 누르고 마지막 관문마저 통과했다. 갤러리들의 함성은 메리언 골프장 담을 넘어 필라델피아 하늘로 치솟았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듯 존스는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신이 점지해 주기 전에는 불가능했던 그랜드슬램을 이룬 그의 나이는 28세였다. 끝까지 아마추어를 고집한 골프 생활 7년 만에 모든 것을 이룬 그는 홀연히 은퇴를 선언했다. 사람들은 그를 ‘골프의 신성’이라 치켜세웠다.
남양주골프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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