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로 간 딸 선교사 꿈 위해
바누아투 섬에 ‘혜륜…’ 오픈
“딸의 꿈을 지금이라도 이룰 수 있게 돼 기쁘게 생각합니다.”
현대중공업 조선품질경영2부 고계석(51) 과장은 지난 7월 바누아투에 자신의 딸 이름을 딴 ‘혜륜유치원’(사진)을 설립했다. 고 과장이 한국도 아닌 남태평양 섬나라에 유치원을 설립한 것은 2014년 2월 경주 마우나 리조트 참사 때 잃은 둘째 딸 혜륜 양의 꿈을 대신 실현시켜주기 위해서였다. 당시 부산외국어대 아랍어과 신입생이었던 혜륜 양은 마우나 리조트에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행사에 참석했다가 체육관 지붕이 붕괴되면서 변을 당했다.
고 과장은 딸을 잃은 슬픔도 가시기 전인 2014년 9월 유족 보상금으로 받은 6억 원 중 4억 원을 들여 바누아투에 유치원을 짓기 시작했다. 딸 혜륜 양이 평소 선교사가 돼 해외에서 선교와 봉사활동을 하려 했던 꿈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유치원은 지난 7월 준공을 하기에 이르렀고, 고 과장이 직접 바누아투를 방문, 유치원 개원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유치원 이름은 딸의 이름을 딴 ‘혜륜유치원’이었다.
이 유치원은 국민소득 3000달러에 불과한 바누아투에서 보기 드문 2층, 5개 교실 규모의 유치원이다. 교육시설이 열악한 바누아투에 자리한 혜륜유치원은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눠 한번에 20여 명씩 총 50여 명의 아이를 교육할 수 있다. 유치원을 제외한 나머지 교실들은 조만간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로 탄생할 예정이다.
고 과장은 유족보상금의 나머지 2억 원은 딸이 입학할 예정이던 부산외대에 소망장학회를 설립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 학업을 이어가는 학생들을 돕는 데 썼다. 딸을 가슴에 묻은 고 과장이 슬픔을 억누르며 조용히 실천해 온 이 같은 선행은 현대중공업 직장 동료들에 의해 5일 뒤늦게 알려졌다.
고 과장은 “딸이 하늘에서나마 자신의 꿈을 이룬 것을 보면 흐뭇해할 것”이라며 “이제는 마음이 조금이나마 평온해진다”고 말했다.
울산 = 곽시열 기자 sykwa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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