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제2차 동방경제포럼 참석과 한·러 정상회담을 위한 블라디보스토크 방문이 끝났다. 블라디보스토크가 소재한 연해주는 박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푸틴 정부의 신동방정책 추진의 시작점이며, 향후 남·북·러 3각 협력의 거점이자 통일시대 한·러 협력의 교두보가 될 곳이다. 또한, 연해주는 푸틴 정부가 추구하는 경제·통상 이익과 우리 정부의 외교·안보 이익이 접목되는 호혜적 협력 추구의 공간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양국이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안보 이익과 경제 이익의 교집합을 찾으면서 서방 세계의 대(對)러시아 제재로 지난 2년반 동안 위축된 양국 관계를 활성화할 수 있는 성과를 거뒀다.
외교·안보적으로, 박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과 조건부 배치를 설명하면서 이해를 구했고, 러시아의 북핵 불용(北核不容)과 이를 위한 대북 제재 지속을 재확인받았다. 미국의 유럽 내 미사일 방어망 구축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러시아는 한국 내 사드 배치를 미국의 글로벌 미사일 방어망 구축의 일환으로 인식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는 미국의 한국 내 사드 배치가 역내 국가 간 군비 경쟁을 심화시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푸틴 대통령이 박 대통령의 사드 배치에 대한 이해 촉구에 어떠한 반응을 보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상존하는 대북 채널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양국 정상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경제·통상적으로, 한·러 정상회담은 북한 문제, 서방의 대러 제재에 의해 위축된 경제 협력을 재활성화시키기 위한 기반을 구축했다. 양국 정상은 한국과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간 FTA 협상에 필요한 후속 조치를 진행키로 합의했다. 푸틴 정부가 유라시아 경제 통합 차원에서 적극 추진하고 있는 EAEU는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 옛 소비에트연방 5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베트남과 지난해 5월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또한, 양국은 실행 가능성을 중시하면서 교역·투자, 농업, 수산, 보건의료 부문 등에서 모두 24건(경제 분야 21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우리 기업은 3억9500만 달러(약 4412억 원) 규모의 이들 극동지역 프로젝트에 참여할 예정이다. 그리고 박 대통령은 대북 제재로 중단된 나진·하산 경협 프로젝트가 북핵 문제 해결 시 다시 추진될 것임을 밝혔다. 이 밖에도 한국무역협회와 러시아연방상의(商議), 코트라(KOTRA)와 러시아 극동개발공사가 무역, 투자정보 교류와 공동 프로젝트 사업 발굴 등의 사업 추진을 위한 MOU를 각각 체결했다.
한·러 양국은 2013년 11월 푸틴 대통령의 방한(訪韓) 정상회담 때 제반 분야에서 실행중시의 맞춤형 협력사업들을 합의했다. 당시 이 합의들이 순조롭게 이행될 경우 양국 간 전략적협력동반자관계가 내실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듬해 3월에 시작된 서방의 대러 제재, 미·러 관계 악화, 북한 문제 등 외부 요인 때문에 한·러 간 외교·경협 관계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정상회담은 이러한 외부적 요인을 극복하고 양국 간 외교·안보 협력의 강화와 경협 파트너십을 활성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사드·북핵 문제 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러시아의 협력을 얻기 위해서라도 이번에 합의한 경협 사업들이 충실히 이행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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