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제29회 두산베어스기 리틀야구선수권대회 결승전이 열린 장충리틀야구장. 2014년 한국 리틀야구대표팀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합작한 황상훈 감독의 서울 서대문구, 박종욱 감독의 동대문구 리틀야구단이 맞대결을 펼쳐 열기가 더욱 뜨거웠다. 박 감독은 2014년 리틀야구 월드시리즈에서 만 13세 이하 대표팀을 이끌고 29년 만에 한국에 우승 트로피를 선사했고, 황 감독은 당시 코치로 박 감독을 보좌했다. 비로 인해 하루 연기됐고 이날도 소나기가 내릴 것으로 예보돼 3시 30분 경기를 1시간 앞당겼다. 1루 측에 자리한 동대문구 응원단과 3루 측 서대문구 응원단은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분주했다.
학부모들은 ‘우리가 그 어려운 우승을 해내지 말입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직접 준비한 김밥과 떡을 펼쳐놓고 ‘잔치’를 벌였다. 서대문구는 동대문구를 10-2로 가볍게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승자도 패자도 없었다. 뜬공을 어이없이 놓치는 등 실수가 이어졌지만, 관중석과 더그아웃에서는 “괜찮아” “다음에 잡으면 된다”는 격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결승전이 끝난 후 양 팀 선수들과 학부모들은 서로 “수고했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결승전이지만 승패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은 건 리틀야구의 특성 때문이다. 리틀야구는 학교가 아니라 클럽 중심이다. 그런데 국내는 학교가 학생체육의 중심이다. 국내에선 중학교부터 엘리트 스포츠로 분류하지만, 보다 일찍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라는 명분에 따라 초등학교 3∼4년부터 학업을 팽개친 채 운동에 전념한다. 학원스포츠의 경우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성적에 크게 신경 쓰지만, 리틀야구는 다르다. 리틀야구는 미국과 유럽처럼 클럽에서 운동하며, 취미로 스포츠를 즐기기 때문이다. 리틀야구는 기본적으로 진학이란 스트레스, 즉 성적지상주의에 물들지 않아 야구를 즐기게 된다. 리틀야구는 수업을 다 마친 뒤 방과 후, 그리고 주말과 방학에 운동한다. 아이들의 인성교육도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서대문구의 박진원(12)은 “감독님께서 인사를 잘하라고 가르쳐주셨다. 감독님, 코치님, 형들이 보이면 모자를 벗고 인사하고 다른 팀 감독님도 만나면 꼭 인사한다”며 “이기더라도 흥분하지 않고 예의 있는 모습을 갖추라고 배웠다”고 말했다.
서대문구의 김민영(12)은 “TV에 나온 야구 선수들이 멋있어 보여 야구를 시켜달라고 부모님을 졸랐다”며 “처음에는 캐치볼도 힘들고 방망이도 무거웠지만 이제는 실력이 많이 늘었고 친구들보다 키가 작아 걱정을 했었지만 운동을 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자랑했다. 중구의 서지민(12)은 “경기장에 나오면 기분이 좋아지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면서 “게임을 하거나 만화를 보는 것보다 야구가 훨씬 더 재미있다”고 말했다. 용산구 강승현(12)의 어머니 정계주(41) 씨는 “리틀야구 연령제한은 만 13세까지이기에 중학교 1학년이 되면 운동선수의 길로 들어서야 할지, 야구를 취미로 남겨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며 “아이의 잠재력 등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기에 중학교, 고등학교에서도 클럽 야구가 활성화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리틀야구는 학업과 운동을 병행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2005년 20여 개에 불과했던 리틀야구 클럽팀 수는 2006년부터 늘어나기 시작해 지금은 162개 팀이나 된다. 3200여 명이 선수로 등록돼 있다. 초등학교 팀 97개(1740여 명 등록)보다 많다. 박 감독은 “10년 전엔 경기를 치르기 위해 선수 9명을 모으기조차 쉽지 않았고, 팔에 깁스를 한 선수가 출전한 적도 있다”며 “그러나 지금은 (리틀야구단을 찾아오는 학생들이 많아) 선수를 골라 받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리틀야구는 10년 전과 비교하면 8배 가까이 규모가 커졌으며 1년에 1∼2차례 열기도 힘들었던 전국대회를 이제는 10회 이상 꾸준히 개최할 수 있는 여력을 갖췄다. 일본, 대만과의 교류전을 개최하고 매년 상비군을 선발, 미국에서 전지훈련을 실시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리틀야구의 활성화가 이뤄지면서 전반적인 경기력은 꾸준히 상승했고 2014년 월드시리즈에선 우승, 그리고 올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지난달 29일 열린 결승전에서 한국 리틀야구대표팀은 미국에 1-2, 1점 차이로 아쉽게 패했다. 이제 한국의 리틀야구는 강국 대접을 받는다.
리틀야구 월드시리즈는 미국 지역 8개 팀과 국제그룹(아시아태평양·캐나다·멕시코·호주·카리브해·라틴아메리카·유럽아프리카·일본) 8개 팀이 참가하며 미국 1위와 국제그룹 1위가 결승전을 치른다. 한국은 1981년 최초의 리틀야구팀인 자이언트가 창단됐고 1984년과 1985년, 2014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했으며 올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리틀야구는 야구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1997년부터 ESPN이 리틀야구 월드시리즈의 모든 경기를 생중계하고 있고, 준결승전과 결승전은 ABC에서 생중계한다. ABC는 1963년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결승전을 처음 중계했는데 컬러TV로 중계된 첫 번째 스포츠이벤트였다. 2013년 ESPN은 리틀야구 월드시리즈 8년 중계권 계약을 맺었으며 무려 7600만 달러(약 841억 원)를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105억 원에 이른다. 리틀야구 월드시리즈의 주요 경기 시청률은 약 2.3%, 결승전은 3%로 추정된다. 올해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시청률이 2.5%인 것을 고려하면 꽤 높은 수준이다. 미국광고주협회에서 조사한 2013년 메이저리그 시청률은 지상파 폭스가 1.8%, 케이블TV인 ESPN이 1.0% 정도다.
리틀야구 월드시리즈가 열리는 사우스윌리엄스포트는 1만8000여 명이 거주하는 소도시지만, 대회 기간에 약 5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한 경기에 많게는 4만 명, 적어도 2만 명 이상의 관중이 들어찬다. 웬만한 프로스포츠 관중 동원력과 맞먹는다. 평소 하루 40∼50달러인 숙박비는 대회 기간 평균 300달러까지 치솟는다.
미국엔 2만여 개, 일본엔 745개의 리틀야구단이 있다. 일본의 경우 등록하지 않은 팀까지 합친다면 2000여 개가 넘는다. 미국에서 올해 리틀리그 예선에 참가한 팀은 7000개가 넘는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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