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훈 경제산업부장

5, 6일 이어진 국회 1, 2정당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보면서 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들의 ‘정치 리더십’이 언표한 대로 성과를 낼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경제 리더십’은 기대할 게 없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반(反)기업 정서를 조장하는 진원지가 바로 그들이란 생각까지 들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기업 하기 좋은 나라, 일자리 민주화를 이룩하겠다”고 해놓고, “일부 대기업은 중소기업 업종으로, 골목상권으로 파고들어 오고 있다”고 개탄했다. “빵집까지, 콩나물시루까지 대기업들이 치고 들어온다는 것은 기가 막힐 일”이라고 했는데, 그의 ‘사실 왜곡’이 더 기가 막힌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가 오히려 중소기업의 수익을 감소시키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는 보고서를 진작 내지 않았던가. 대표적 사례로 꼽은 것도 이 대표가 걱정하는 반찬거리 두부다. 2012년부터 대기업 매출이 전체의 80%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한 이후 포장 두부 매출액이 감소해 전체 두부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했다. 그런데 중소기업 매출은 뚜렷한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대기업들이 단가를 낮추려 국산 콩 대신 수입 콩 제품을 사용했고, 중소기업이 주력인 수입 콩 제품 시장에서 경쟁이 심해져 이익이 늘지 않았다. 이 대표가 중소기업의 수호자가 되고 싶다면, 더 정밀하게 시장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소상공인들의 마음이 답답하고 어둡다는 사실을 대기업들이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했다. 골목상권의 침체가 과연 대형 마트를 운영하는 대기업 탓만인가. 상생이란 이름으로 전통시장 현대화에 쏟아부은 돈이 얼마나 되는지 살펴봤는가. 숱한 경기부양책을 썼는데도 번번이 반짝 효과를 내는 데 그친 경제정책의 실효성은 왜 따져보지 않는가. 그나마 국회가 발목을 잡아 타이밍을 놓쳤던 사실은 잊었는가. 이 대표는 “일부 정치권의 대기업 정책은 반기업 정서를 부추겨 표를 모으겠다는 정치선전책”이라고 야당을 겨눴는데, 자신부터 그 대열에 서 있지는 않은지 자문해 봐야 한다.

경제성장 전략이 쏙 빠졌던 이 대표에 비하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제위기 진단은 한 수 위였다. 추 대표는 “지금 대한민국 경제는 비상시국”이라며 기업들의 영업이익 하락, 잠재성장률 저하, 주력산업의 수출 위축과 내수 침체 지속 등을 조목조목 열거했다. 100% 공감하는 우리 경제의 당면 과제다.

하지만 추 대표가 제시한 해법들에도 물음표만 달렸다. 그의 처방이란 게 “수출 대기업 중심의 낙수효과를 통한 성장전략은 이미 그 수명이 다했다”는 것이다. “2%대 저성장은 이제 우리 경제의 대전제가 됐다. 애초에 정부가 제시한 4% 성장이 가능하다고 믿는 국민은 없다”고 했다. 그러니 “경제성장을 통해 얻은 이익을 기업과 노동이 시장에서 공정하게 나누라”고 한다. “소득 확대로 성장동력을 높여 새로운 시장을 주도적으로 개척해 나갈 때다. 민생의 출발은 임금과 조세개혁”이라며 문재인 전 대표의 소득주도경제론을 되뇌었다. 요약하면 2%대 저성장도 참 다행이고, 더 이상의 성장은 기대하지 말아야 하며, 거기에 맞춰 살라는 뜻이다. 경제성장론에서 정체는 후퇴(recession)다. 저성장 경제가 얼마나 국민을 고통스럽게 하는지는 이웃 일본의 과거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그걸 외면하고, 쇠락하는 집안에서 소수로부터 뜯어내 다수가 나눠 먹고 살자는 얘기인가. 추 대표의 진의가 50년 가까이 경과한 수출 주력 산업의 체질개선과 구조개혁에 있다면 백번 동의할 지적이다. 그게 아니라면 경제성장 전략 없이 무엇으로 돈을 벌어 나누자는 말인가.

추 대표는 “바이오산업, 인공지능, 로봇공학 등 미래 기술이 대혁신을 예고하고 있다”면서 “정부와 기업은 더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법인세를 올려야 민생경제가 살아난다고 주장해놓고, 정작 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누가 하고, 무엇을 통해서 되는지는 따져보지도 않았다. 공허한 얘기다. 뾰족한 대안도 없이, 모두가 거론하는 화두인 4차 산업혁명에 묻어갈 일은 아니다.

물리적 가해뿐만 아니라 말의 위세, 제도의 모순도 폭력이다. 그 ‘폭력’을 쓰면서 대기업에 돈 내놓으라 팔 비트는 것이 진정 경제민주화이고 소득주도성장론인가.
오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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