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밥상머리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얼굴이 있었고

어머니 아버지 얼굴과

형과 동생과 누나의 얼굴이 맛있게 놓여있었습니다

가끔 이웃집 아저씨와 아주머니

먼 친척들이 와서

밥상머리에 간식처럼 앉아있었습니다

어떤 때는 외지에 나가 사는

고모와 삼촌이 외식처럼 앉아있기도 했습니다

이런 얼굴들이 풀잎 반찬과 잘 어울렸습니다



그러나 지금 내 새벽 밥상머리에는

고기반찬이 가득한 늦은 저녁 밥상머리에는

아들도 딸도 아내도 없습니다

모두 밥을 사료처럼 퍼 넣고

직장으로 학교로 동창회로 나간 것입니다



밥상머리에 얼굴 반찬이 없으니

인생에 재미라는 영양가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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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 1960년 서울 돈암동 출생. 1986년 ‘동서문학’ 신인문학상 당선. 시집 ‘소주병’ ‘담장을 허물다’, 동시그림책 ‘구름’ ‘청양장’ ‘흰눈’ 등 발간. 윤동주문학대상, 현대불교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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