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통한 승계 허용해서 고용-분배 역할 맡겨야”

“현재 한국의 시스템은 가족경영의 씨를 말리도록 설계돼 있다. 65%의 상속세를 다 내면서 경영권을 승계할 방법은 없다.”

신장섭(사진)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는 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국회에서 새누리당 김종석·유민봉·강효상 의원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미국 경제 민주화 실패의 교훈, 트럼프 현상의 뿌리와 한국경제의 대안’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신 교수는 이어 “가족경영이 없어져야 한국경제가 좋아진다는 이론도 실증이 없다”면서 “개인적으로 재벌에게 재단을 통한 승계가 가능하도록 허용하면서 재단과 계열사에 ‘투자-고용-분배’의 주체로서 역할을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속세 문제와 관련, “상속세를 걷는 목적은 그 돈을 정부가 공익을 위해 쓰겠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한 번 쓰고 말 것이 아니라 재단을 통한 승계를 허용하면서 지속적으로 공익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 양극화의 원인을 모두 재벌체제로 돌리는 ‘경제민주화 입법’들의 단선적 시각을 비판했다. 그는 “‘1주 1의결권’을 상법에서 강제하는 것도 한국이 전 세계에서 유일한 나라인데 더 나아가 재벌 관계자와 공익법인에 대해서는 주식에 딸려있는 투표권조차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재산권의 본질을 침해할 정도로 유례없는 규제를 시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는 법안에서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지 ‘재벌 오너의 탐욕’이 한국경제를 나쁘게 만들었으니까 강력한 새로운 조치를 도입해야 한다는 전제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한국에서의 대안 없는 전문경영체제가 분배 악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그는 “지금처럼 금융투자자들의 힘이 막강한 상태에서 아무런 대안없이 전문경영체제만 만들어 놓으면 미국처럼 분배가 크게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국민경제의 조화를 위해서는 기업자금으로 가능한 투자를 하려는 주체와 돈을 빼내 가려는 주체 간에 균형이 잡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국인투자자나 일반 기관 투자자들에게 생산적 투자의 후원자가 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이들은 자신에게 돈을 맡긴 고객의 투자수익 요구에 따라 이익을 가능한 한 많이 빼내려고 한다. 이들은 미국에서 ‘1% 대 99%’ 구도를 만드는 주체였다”고 꼬집었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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