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취임 넉 달 만에 당을 안정궤도에 올려놨다는 평을 듣는다. 정 원내대표가 지난 5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핵 위협이 대책 없이 계속될 경우 주변국에서 핵무장론 도미노가 일고 동북아 안보 균형이 완전히 깨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취임 넉 달 만에 당을 안정궤도에 올려놨다는 평을 듣는다. 정 원내대표가 지난 5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핵 위협이 대책 없이 계속될 경우 주변국에서 핵무장론 도미노가 일고 동북아 안보 균형이 완전히 깨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대선 ‘與野 짝짓기’ 불가피… 국민의당 연대 전국정당화
朴, 정권 재창출 의지 강해… 潘, 글로벌 경험에서 우위
야권, 사드 대안 없이 반대… 5000만의 생존 달린 문제

정기국회는 協治의 시험장… 경제활성화법 최우선 처리
우리 정치는 시간 오래 걸려… 개인적으로 獨 내각제 선호
정세균 의장의 개회사 파동… 親朴·非朴 다시 뭉치는 기회


꽉 찬 모습 대신 빈 틈을 보이고, 무골호인인 듯 뚝심을 발휘하는 사람.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그런 정치인이다. 친박(친박근혜)인 듯 비박(비박근혜)인 듯 야릇하다. 당 주류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집권여당 원내대표가 됐지만, 당 요직을 비주류 인사들로 채우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와 각을 세운 그였다. 취임 초기 당내 분란 속에 칩거와 잠적을 이어가면서 그에 대한 평가는 차가워졌다. 하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정국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사퇴 논란 국면을 맞아 그는 또렷한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빠른 속도로 자리를 잡아갔다. 정 원내대표의 허허실실 풍모는 “박 대통령은 강한 국정 장악력을 지녔는데 그것 때문에 소통 부족이라는 비판도 받는다”고 밝힌 데에서 잘 드러난다. 이번 첫 정기국회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을 좌우명으로 하는 그에게 또 하나의 시험무대가 될 것이다. 여소야대 정국은 그에게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선사할 수 있을 것인가. 정 원내대표와의 인터뷰는 지난 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뤄졌다.

―20대 국회 첫 정기국회에 임하는 자세를 밝혀 달라.

“국민이 지난 총선에서 여소야대를 만들었고 3당이 협치를 통해 생산적인 국회, 일하는 국회를 만들라는 준엄한 명령을 받았다. 정기국회가 여야 협치의 시험장이 되도록 국민의 뜻을 새기고 또 되새길 것이다.”

―정기국회 최우선 과제는 무엇인가.

“법안으로 보면 오랫동안 묵혀 왔던 경제활성화법안을 처리하는 게 시급하다. 2017년도 예산에 대한 엄정한 심의와 법정시한 내 통과도 매우 중요하다.”

―더불어민주당은 민생과 경제 살리기를 위해 전·월세 상한제가 꼭 관철돼야 한다는 생각이던데, 어떤가.

“부작용이 큰 제도다. 기본적으로 반대하지만 대화는 하겠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식물국회를 벗어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원론적인 얘기지만 야당과 대화해 타협을 이끌어내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식물국회보다 동물국회가 낫다. 선진화법을 고쳐야 한다’ 이렇게 말했는데 여당이 원하던 것 아닌가.

“선진화법 취지와 정신은 옳다. 그러나 지금은 개정 얘기가 나올 시점이 아니다.”

―선진화법 피해를 많이 봤을 텐데. 새누리당이 권한쟁의 심판 청구를 하고 헌법소원까지 내지 않았나.

“다시 과거처럼 동물국회가 되면 국민이 만족하겠나. 동물국회보다는 차라리 식물국회가 낫다.”

―동물국회는 몸싸움이지만 식물국회는 국정 마비다.

“국정이 마비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인내가 필요하다.”

―평소 ‘국민이 원하는 개헌론’을 얘기했는데, 요체가 뭐냐.

“우리 정치가 성과를 내는 데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구조여서 의사결정 구조의 패스트트랙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권력구조를 바꿔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독일식 내각제를 선호한다. 원내 제1당과 제2당이 연정을 하면서 유럽 최고의 리딩 국가가 된 게 독일이다.”

―대선과 총선의 주기 불일치, 권력구조에 대한 복잡 다양한 선호 때문에 개헌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많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게 정치 아닌가. 국회 주도 개헌론, 정치인 선창 개헌론으로는 추동력을 담보하기 어렵다. 범국민적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 대선에 출마할 각 당 후보들이 자신의 개헌론을 공약으로 내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이 여전히 진행형이다. 접점을 어떻게 찾아야 하나.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확하게 짚었다. 한·중 관계는 경제 문제고 한·미 관계는 생존의 문제라고. 야당은 북핵 방어를 위해 어떤 대안이 있는지 답해야 한다. 한·미 동맹이 흔들리면 미국이 한반도 주둔병력을 일본으로 옮겨가는 결정을 할 수도 있다. 제2의 ‘애치슨 라인’(미국의 극동 방어선)이 그려지는 거다.”

―한·중 간의 갈등, 정부와 주민 간 갈등의 접점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가.

“대통령이 말했듯 5000만 명 대한민국 국민의 생존 문제다. 중국에는 사드가 방어용 무기라는 점을 충분히 이해시키고, 주민들은 인내를 갖고 설득해 나가는 길 외엔 방법이 없다.”

―핵잠수함 도입을 주장했는데, 핵 탑재 잠수함인가 핵 추진 잠수함인가.

“핵 추진 잠수함이다. 하지만 북핵 위협이 계속되고 사드 갈등이 풀리지 않으면 국내외의 핵무장론이 설득력을 얻을 것으로 본다. 그렇게 되면 동북아 안보 균형이 완전히 깨지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누차 얘기했다. 대통령을 지근 거리에서 보좌하는 중요한 자리에 앉아 검찰 수사를 받는 건 자연스럽지 못하다. 본인이 (사퇴) 결단을 내리는 게 좋다.”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정감사 때 우 수석을 부를 것인가.

“그동안 민정수석은 운영위원장인 여당 원내대표에게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위원장이 그걸 양해해 줌으로써 국회 출석을 하지 않았던 관례가 있다. 하지만 이번에 우 수석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 그것을 내가 양해하기는 힘들다.”

―출석시키겠다는 의지로 알겠다. 잇따른 검찰·법조 비리 때문에 야권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도입을 주장하는데.

“검찰 위의 검찰, 옥상옥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헌법정신과 충돌한다. 반대다.”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어떤가.

“대통령은 국정 장악력도 있고 추진력도 있는데 그러다 보니까 소통 부족, 일방통행이라는 비판이 있다. 대통령이 직접 국민에게 설명하는 기회를 많이 가지면 좋겠는데, 그게 아쉽다.”

―바람직한 당·청 관계 정립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지난 5월 3일 원내대표 당선 이후 과거와는 사뭇 달라졌다고 자평한다. 청와대에 대해 내가 아닌 것은 ‘노(아니요)’라고 말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노’를 했나.

“여러 차례 있다. 당 비대위·혁신위원 구성, 국회 상임위원장과 간사 선임 등.”

―어떻게 뜻을 관철했나.

“당과 청와대 간의 소통 방식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부분에 대해 대통령께 분명히 말씀을 전했고 대통령이 받아주셨다. 거기까지만 하자.”

―친박(친박근혜) 패권주의의 폐해를 느끼나.

“사라지고 있다. 이번에 정세균 국회의장 개회사 파동을 겪으면서 친박, 비박이 다 뭉쳤다. (비주류의) 유승민 의원도, 김성태 의원도 하나가 됐다. 내년 이맘때 대선 국면에서 패권주의는 완전히 소멸될 거다.”

―논란이 됐던 국회의장 개회사는 정치인으로서 할 수 있는 말 아닌가.

“정치인으로서는 그렇지만 의장석에서 할 말은 아니다.”

―정세균 의장은 왜 그랬을까.

“발언 직후 나와 이정현 대표, 정 의장,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 4명이 만난 자리에서 내가 물었다. ‘그렇게 발언하면 새누리당이 반발할 걸 예상하지 못했느냐’고 그랬더니 정 의장이 ‘좀 못마땅해할 거 같은 예감은 있었다’고 하더라.”

―그렇다면 의도를 갖고 발언했다는 얘기인데.

“글쎄…. 다음 주에 정 의장과 3당 원내대표가 미국을 방문한다. 폴 라이언 하원 의장 등 미 조야 인사들을 만나는데 사드 논란에 대해 정 의장이 무슨 얘기를 할지 걱정된다. 국익을 생각해 신중하게 발언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러길 바란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이합집산이 있을까.

“과거 김대중 대통령은 김종필 총재와 짝짓기를 했고, 노무현 대통령도 정몽준 의원과 짝짓기를 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김종인 박사의 경제민주화를 채택했다. 이번에는 특히 절대 강자가 없는 상황이어서 짝짓기가 불가피할 거다.”

―짝짓기도 원칙이 있어야 하지 않나.

“그렇다. 내년 대선에 나가는 사람은 세 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일자리, 양극화, 고령화다. 그 솔루션을 공유하면서 여야의 경계를 뛰어넘어야 짝짓기가 될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할 것이다.”

―국민의당과의 연대도 포함하나.

“국민의당과 정책적인 것을 넘어 세력연대도 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명실상부한 전국정당이 된다. ‘영충호’(영남·충청·호남) 시대를 여는 거다.”

―대통령은 정권 재창출 의지 있을까.

“강력하다. 무책임한 분이 아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여당에 어떤 존재인가.

“국내 정치 경험 부족이 장애가 되지만 앞서 얘기한 세 가지의 시대적 과제 즉 일자리, 양극화, 고령화에 대한 솔루션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그건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인 문제이고, 반 총장은 국제무대에서 뛰면서 글로벌한 처방전을 마련해온 경험이 있기 때문에 대권 경쟁에서 비교우위에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정치인 정진석의 다음 목표는 뭔가.

“기자생활을 하면서 정치를 비판했고 4선 국회의원을 하면서 정치를 실행에 옮겼다. 청와대 정무수석을 하면서 정치를 조율했고 국회 사무총장을 하면서 정치에 대한 지원도 했다. 정치에 관한 한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했다. 앞으로도 내가 기여할 일이 뭔지를 찾겠다.”

―대권에 뜻이 있나.

“아직 대권 주자의 소양을 갖추지 못했다. 더 나은 정치인이 되기 위해 공부하고 노력하는 과정이다.”

인터뷰 = 허민 정치부 선임기자 minski@munhwa.com
정리 =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
허민

허민 전임기자

문화일보 / 전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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