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행입니다.”
조수만은 곧은 성품이다. 중국 측의 반응을 대번에 정리했다. 조수만은 서동수가 미국 측에 통보한다는 것도 이해했다. 이심전심이다. 청와대 회의실 안이다. 오후 5시 반 서동수는 한랜드에서 날아오자마자 청와대로 들어온 것이다. 조수만이 말을 이었다.
“이제 연방 대통령 선거가 석 달 남았습니다. 남북한 통일이 석 달 남은 것이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며칠 전 정상회담 합의문에서 남북한은 연방 대통령 선거를 석 달 후인 12월 15일에 치른다고 발표했다. 내년이면 대한연방이 된다.
“제가 다시 평양으로 가서 김 위원장께 말씀드리겠습니다.”
서동수가 조수만에게 말하고는 웃었다. “남북은 이미 호흡이 맞습니다, 대통령님.”
청와대를 나온 서동수가 동행한 유병선에게 말했다.
“지금까지 한민족은 침략만 받아왔어. 고구려 시대에 만주 대륙까지 진출한 후부터는 한반도에 머물면서…….”
말을 그친 서동수가 유병선을 보았다. 말을 이을 필요도 없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중국이 한반도를 속국 취급해 왔다.
“혹시 중국인들에게 그런 인식이 박혀 있는 것이 아닐까?”
“있겠지요.” 유병선이 바로 대답했다.
“우리도 그러지 않습니까? 국민의 자긍심과 애국심 고취를 위해 지난 역사를 자랑하지요.”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 서동수가 심호흡하면서 말했다. “다행이야. 시 주석이 융통성을 보여줘서.”
“여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적절하게 대처해야 해.”
의자에 등을 붙인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분위기는 익어가고 있으니까.”
차가 도착한 곳은 인사동의 한식당 앞이다. 이미 한식당 방 안에는 국개위 간부들이 모여 있었는데 서동수가 들어서자 분위기가 밝아졌다.
“대표님, 분위기가 썰렁하다고 불평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공생당 원내총무 출신의 오성호가 커다랗게 말하자 모두 웃었다.
“이런, 나만큼 밝히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군.”
이맛살을 찌푸린 서동수가 투덜거리자 다시 웃음이 터졌다. 분위기가 밝아지면 젓가락만 떨어져도 웃는 법이다. 이미 상 위에는 요리와 소주가 놓였으므로 소주잔을 든 서동수가 입을 열었다.
“내가 비공식 라인을 통해서 시 주석의 전갈을 받았습니다.”
분위기는 순식간에 가라앉았고 서동수의 말이 이어졌다.
“방금 대통령님을 만나 보고 드리고 오는 길입니다. 그리고 시 주석의 비공식 제의지만 그 내용을 미국 측에 전달하기로 했습니다.”
서동수가 둘러앉은 국개위 간부들을 차례로 보았다. 모두 숨을 죽이고 있다.
“시 주석은 대한연방과 중국의 동맹을 제의했습니다. 다른 이야기는 없었고 동맹만을 제의한 것입니다.”
서동수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조건은 나중에 붙겠지요. 그리고 시 주석은 앞으로 당신하고의 직접 연락을 바란다고 했습니다. 이상입니다.”
그때 누군가 바로 물었다.
“중국 내부에서 이견이 발생한 것입니까?”
“잠깐만요.” 나서서 말을 막은 것이 유병선이다. 자리에서 일어선 유병선이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지금 대통령님도 각료들과 이 문제를 협의하고 계실 것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당분간 비밀을 지켜주시도록 부탁드립니다.”
그러나 이것은 금방 소문으로 전국 방방곡곡으로, 세계로 번져 나갈 것이다. 그것을 예상하고 오늘 불러놓고 말해준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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