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을 때, 인간의 상상력은 빛이 난다. 미래나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장치를 상상한 ‘타임머신’이 대표적이다. 서로 다른 시대를 사는 두 사람의 운명이 같은 패턴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평행이론’이나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아닌 평행선상에 위치한 또 다른 세계를 가리키는 ‘평행우주’도 마찬가지다. 평행우주에 대한 상상을 새롭게 풀어낸 MBC 수목 미니시리즈 ‘W’가 시청자의 이목을 끄는 것도 그래서이다.

이 드라마는 작가의 창작물인 웹툰 속의 세계를 실제 현실 세계와 교차시켜 완전히 다른 두 개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이 만나 발생하는 사건을 다룬다. 주목할 것은 웹툰의 창작 도구인 태블릿을 매개로 이뤄지지만, 등장인물의 자각이 이뤄지면서 현실 세계의 인물이 웹툰 속으로 소환된다는 점이다. 자신이 창작한 세계에서 절대 권능을 행사하던 작가가 피조물인 등장인물에 의해 조종당하는 꼭두각시가 된다는 설정도 흥미롭다.

만화가 오성무(김의성)가 그린 웹툰 ‘W’의 주인공 강철(이종석)은 JN글로벌의 공동대표이자 방송국 채널W의 소유주이다. 아테네올림픽 사격 권총 금메달리스트 출신으로 대중의 인기를 한몸에 받던 그는 어느 날 자신의 일가족을 죽인 살인범으로 지목돼 구속 수감된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강철의 일가족 피살사건을 이용하여 대중적 인지도를 올리기 위해 진범을 조작한 검사 한철호(박원상)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항소심에서 증거불충분으로 무죄 방면된 강철은 청년 사업가로 변신하여 성공한 뒤 자신의 일가족을 죽인 진범을 잡기 위해 방송국을 설립하고 미제사건 수사 프로그램 W를 제작한다. 하지만 누가, 왜 살인을 저지른 것인지 단서조차 찾을 수 없는 상황에서 강철은 괴한에게 습격을 당하고, 이 사건을 계기로 그가 사는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의 오연주(한효주)를 만나게 된다. 오성무의 딸이자 명세병원 흉부외과 레지던트 2년차로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웹툰 속으로 들어온 오연주에 의해 자신이 만화 주인공임을 자각한 강철은 혼돈에 빠진다.

웹툰 W를 통해 이미 강철의 운명을 알고 있는 오연주는 그와의 해피엔딩을 위해 만화 속의 상황을 바꾸고자 하지만 생각하지 못한 변수 때문에 쉽지 않다. 반면에 자신의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한 강철은 두 개의 세계에서 공통된 것이 만화에 나오는 것뿐임을 깨닫고 변수를 이용하여 진범을 잡으려 한다. 하지만 오성무를 조종하여 자신의 모습을 갖게 된 진범 한상훈(김의성)은 오히려 강철을 죽이고 자신이 주인공이 되려 하면서 예측 불허의 상황이 전개된다. 진범이 움직이는 세계, 악당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진실은 과연 밝혀질 수 있을지 궁금증이 증폭된다.

현실 세계의 오성무와 오연주가 웹툰 속으로 들어가고, 웹툰 속의 강철과 한상훈이 현실 세계로 넘어오면서 두 개의 세계가 교차되는 상황은 어디까지나 극적 설정일 뿐이다. 하지만 작가의 피조물인 등장인물이 자유의지를 자각하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운명을 바꾸려 하는 것은 자신의 의지보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가는 것에 익숙한 사회 분위기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작가의 ‘설정값’에 따라 움직이는 등장인물처럼 지금 우리도 누군가 만들어 놓은 틀에 맞춰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본다. 우리는 지금 누구의 삶을 살고 있는가.

충남대 교수·드라마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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