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곳곳에 여전한 재해의 흔적
허물어진 민가들 해체 작업
주민들 ‘일상 되찾기’ 열의
“구마모토城 완벽 복구할 것”
관광객 전년比 70 ~ 80% 회복
외국인 안전대비책 마련‘노력’
일본 구마모토(熊本)현에서 지난 4월 14일과 16일 각각 발생한 규모 6.5와 7.3의 연쇄 강진은 비슷한 시기 남미의 에콰도르에서 발생한 규모 7.8의 강진과 중첩되며 한때 ‘불의 고리(환태평양 조산대)’ 위기론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구마모토 연쇄 강진은 지진에 의한 직접 사망자와 건강 악화 등으로 인한 간접 사망자 총 95명과 약 2300여 명의 부상자를 내고 약 16만5000채의 가옥 피해를 일으켰다. 지진 발생 직후 5월 초순까지 취소된 숙박예약만 해도 70만 건 이상인 것으로 집계돼 주요 산업인 관광산업의 지진 피해는 더욱 막대했다.
그러나 절망적이라고 할 수 있는 대형 재해가 발생한 지 약 5개월 후 구마모토현과, 함께 지진 피해가 컸던 오이타(大分)현에서 만난 현지인들은 누구도 절망을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진에서 다치지 않고 살아남았다는 안도감과 함께 재해 부흥을 통해 이제 다시 일상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지난 1일 찾은 구마모토현의 마시키마치(益城町)는 재해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마을사무소 인근의 한 신사와 공동묘지는 지진으로 쓰러진 건물과 묘지석들이 아직 그대로 누워 있었다.
곳곳의 허물어진 민가들도 보호막을 둘러쓴 채 철거 작업을 기다리고 있거나 포클레인을 동원한 해체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마을에서 만난 현지 사람들만은 일상을 되찾으려는 열의로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현지의 김치공장 ‘요시하라(吉原)식품’의 요시하라 노리유키(吉原憲幸) 사장은 “생전 처음 겪어본 대형 재해로 인해 한때 사업을 포기할까도 했었다”며 “그러나 이제 정부와 현의 도움 등을 얻어 공장을 재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시하라 사장은 지난 재해로 2층의 자택 가옥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는 피해를 입었다. 다행히 공장 건물은 큰 피해를 보지 않았지만, 내부 시설이 엉망이 되고 거래처 주문도 끊겨 앞날이 캄캄했다. 그는 “2개월 전에야 겨우 동요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공장 가동을 재개했다”며 “김치 담그는 일만은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계속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완전 복구 기간이 약 20년으로 예상되는 구마모토성도 여전히 허물어진 성벽과 쏟아져 내린 기와지붕의 모습 그대로였지만, 이런 모습도 신기하다는 듯 성 주변의 공원과 신사를 찾는 관광객들이 많았다.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구마모토성 조사연구센터의 쓰루시마 도시히코(鶴嶋俊彦) 주간은 “구마모토성은 설계도가 남아 있지 않아 사진 기록 등을 대조하며 복원해야 해서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며 “과거에도 지진이 있었는데 거의 그대로 복원한 적이 있는 만큼 이번에도 완벽하게 복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숙박업소 등 관광시설 피해가 거의 없었던 오이타현의 유명 관광지들은 이미 활력을 어느 정도 되찾은 듯했다. 한국인들도 많이 찾는 온천관광지 유후인(由布院)과 벳푸(別府)는 지진으로 인한 직접적 피해보다는 여진 우려로 인한 예약 취소 등 간접적인 피해가 더 심각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재해 지역 관광 비용 할인 등을 통해 이제 국내외 관광객들이 이들 지역을 찾고 있다.
유후인의 경우 관광객 수가 지난 6월 전년 대비 35%까지 줄었지만, 8월에는 70∼80% 정도로 회복됐다고 유후인온천관광협회 측은 설명했다.
지진 후 한국인 관광객이 절반 정도로 줄었다는 벳푸의 나가노 야스히로(長野恭紘) 시장은 “각종 관광시설에서 재해 시 가장 안전한 곳이 어딘지 설명해 두는 등의 외국인 안전 대비책을 마련했다”며 “실제로 지난 지진 당시에도 외국인의 인명피해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구마모토·오이타 = 글·사진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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