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성 회복을 위한 사회적-영적 수행이 종교가 살길이다.”
‘종교의 위기’의 실체는 무엇이고 대안은 있는가. 개신교, 불교, 천주교의 종교학자들이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짚어보는 공동학술연찬회가 ‘탈(脫)종교화 시대, 종교의 위기인가 기회인가?’라는 주제로 최근 열렸다.(조계종 포교연구실·불광연구원 공동주최) 참가한 종교학자들은 ‘탈종교화’ 현상은 오히려 종교의 존재 이유를 성찰하고 회복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공동체 붕괴와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신자유주의적 현실 속에 ‘공공성 회복’이 종교의 활로가 될 것으로 보았다.
정경일 새길기독사회문화연구원 원장은 “탈종교화는 ‘세속화’와 ‘탈제도종교화’라는 두 현상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세속화는 사회에서 종교의 영향력이 약해지는 현상이고, 탈제도종교화는 사람들이 기존 종교의 틀에서 벗어나 종교적 삶을 찾는 것이다. 서양에서 세속화를 추동한 힘은 신앙의 권위를 이성으로 대체한 근대 계몽주의와 민주주의의 가치였다. 세속화 사회에서 종교는 사멸한 것이 아니라 사사화(私事化) 곧 개인의 사사로운 영역이 됐는데, 개인적 구원에 치중하는 탈제도종교화와 연결된다.
탈종교화가 역사와 현실의 반영이어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종교가 이를 건강하게 극복·수용하지 못하고 부추기거나 편승한 것이 문제다. 정 원장은 “종교의 본질은 ‘고통으로부터의 구원’”이라며 “오늘의 종교가 정말 염려해야 할 것은 탈종교화가 아니라 ‘탈사회화’”라고 지적했다. 그는 “신자유주의의 문을 연 마거릿 대처가 ‘사회라는 것은 없고 개인과 가족만이 있다’고 한 것은 각자 알아서 살길을 찾으라는 뜻”이라며 “사회와 종교는 본래 공동체적 인간경험이기 때문에 사회의 부재는 구조적 위기뿐만 아니라 정신적, 영적 위기이기도 하다. 현실이 이런데도 종교는 불안을 잊거나 못 느끼도록 하는 ‘아편’ 역할만 하고 있다”며 공공성에 눈감은 제도종교와 각자도생에만 관심을 두는 탈제도종교화를 ‘일란성 쌍둥이’라고 비판했다.
명법 스님(은유와마음연구소 대표)도 “각자도생이란 자본주의 논리의 내면화로 전통 승가는 와해 직전에 있다”며 “승단 내부의 양극화가 자본주의적 가치를 내면화한 승단의 현재 모습이라면, 불자 인구와 출가자 감소는 그 사회적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기복 불교’ 논란에 대해 “근대에 들어 힐링 등 3차 서비스산업으로 전락한 종교는 안심과 위로, 행운을 보장해 주는 주술적 힘을 다시 소환하지 않을 수 없다”며 “기복 불교는 주술적이고 비합리적인 전근대적 성격보다 승가 공동체의 물적 기반인 조건 없는 증여와 나눔의 경제를 폐기하고 서비스 제공이라는 자본주의적 교환경제로 바꾼 근대주의적 성격이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종교의 위기’의 대안으로 정 원장은 ‘고통으로부터의 구원’이라는 종교의 본질을 찾는 ‘사회적 영성’을 제시했다. 사회적 영성은 공동체적 구원이 목표이며, 개인주의적이고 내면적이고 엘리트주의적인 ‘영성화된 영성’이 아니라 역사적 삶과 연결된 영성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회적 실천과 영적 수행이 별개가 아니라는 점에서 ‘사회적-영적 수행’을 제안했다. 그는 “만약 개인적 해탈과 구원이 수행의 목표였다면 붓다는 보리수 아래를 떠나지 않았을 것이고 예수도 광야에서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법 스님 역시 “승려를 승려답게 하는 것은 ‘공적 존재로서의 자기인식’”이라며 불교 내부 개혁을 통한 공공성의 회복을 제안했다. 또 공동체의 복원에 대해 “사부대중이 고루 평등한 승가가 증여와 나눔, 공유의 경제실천이 이뤄지는 장소가 된다면 그것이 곧 소통과 수행이 이뤄지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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