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교육부가 27개 부실 대학을 지정하고 2017년 재정 지원을 전면 또는 일부 제한하기로 하면서 대학들의 퇴출 위기감이 급속도로 심해지고 있다. 사실 전국 대학 중 상당수가 퇴출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돼 왔다. 당장 2018학년도부터 대학들의 입학정원이 대입 준비생의 수를 넘어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지게 되며, 2020년까지 대학 정원을 16만 명 감축해야 하는 등 대학 퇴출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지방 대학을 살려야 한다는 이유로 재정 지원만을 요구하고 있다. 어찌 보면 교육부 주도로 부실 대학을 지정하고 강제로 정원을 감축하는 것이 법을 개정해 근거를 만들지 않는 한 현재의 여소야대 구도에서 사실상 불가능할 수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대학 구조조정은 정부가 아니라 대학이 자발적으로 퇴출할 수 있도록 제도적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게 좋은 해법이 될 수 있다.
2014년 4월 대학구조개혁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가 무산된 후 지난해 10월 23일 교육부와 세부 협의를 거쳐 수정안을 발의했지만 이 역시 무산됐다. 사립대학 법인이 자발적으로 해산하려는 경우 잔여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공익법인 등에 출연할 수 있도록 ‘특례’를 인정하는 것은 먹튀를 조장하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행 사립학교법상 해산 학교법인의 잔여재산은 다른 학교법인이나 기타 교육사업을 경영하는 자에게만 귀속되도록 제한하고, 만약 처분되지 않은 재산은 국고로 귀속되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에 학교법인의 오너가 잔여재산을 본인이 관계하는 공익·사회복지·직업능력개발훈련법인이나 평생교육시설(공익법인 등)에 출연하도록 한다면 경우에 따라선 먹튀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립학교는 국가가 아닌 개인이 사재를 털어 설립한 학교라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히 먹튀라는 이름으로 이를 치부해 차단하는 것만이 공익성을 담보하는 유일한 길은 아닐 수 있다. 공익법인 등 역시 공공재에 해당하므로 현행법상 설립자나 그 일가가 이를 임의적으로 이용하거나 처분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또한, 교육기관에만 처분하도록 규정한 현행법 때문에, 잔여재산을 부실 교육기관에 처분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재정 건전성이 확보된 공익법인 등에 처분하는 것이 공익 차원에서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사립학교는 설립자가 사재를 털어 교육에 투자했다는 점에서 제도적으로 사립대학들이 지속적으로 설립자의 유지를 받들어 대학교육을 담당할 수 있도록 국가가 환경을 조성해 줄 필요는 있다. 그러나 현재의 대학교육 시장은 단순히 환경 조성만으로는 이 난국을 타개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에 봉착해 있다.
따라서 사립대학들이 해산하면서 잔여재산을 다시 교육에 투자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대학 구조조정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결과만 초래할 수 있다. 입학정원을 다 채우지 못해 부실화한 지방 사립대학들의 경우 오너라고 한다면 정치권의 힘을 빌려서라도 지방 균형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정부 지원으로 단지 몇 년 간이라도 수명을 연장하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해법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오히려 이들에게 당근을 줘서 이름을 바꿔서라도 지속적으로 공익사업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제20대 국회는 대학 구조조정이 새로운 시각에서 다시 시작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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