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아가면서 종종 이런 말을 할 때가 있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봐.”

일상이란, 타인과 복작대며 살아낸 하루의 결과물이니, 우리의 삶은 결국 매 순간순간이 누군가를 이해하고, 또 누군가로부터 이해를 받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고리들로 채워지는 것이리라. 승무원이 된 이후,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많이 들어 온 고사성어다. 서비스 바이블이 있다면 제 1장은 바로 역지사지의 차지가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만큼 역지사지는 서비스의 기본원칙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요즘 들어 의문이 생긴다. 과연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 우리는 그 사람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런 막연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서비스는 얼마만큼의 만족도를 이끌어 낼까?

아이 둘을 낳고 작년에 복직을 했다. 엄마가 되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고 하던데, 정말로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이 신세계다. 비행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쏙쏙 눈에 들어온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아기와 함께 비행기에 탑승하는 엄마들이다. 탑승 전, 그녀들이 얼마나 비장한 각오로 다짐을 하고 비행기에 오르는지 나는 잘 안다. 옴짝달싹할 수 없는 좁은 공간에서 말도 통하지 않는 아기를 데리고 과연 잘 다녀올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간밤에 잠을 뒤척였을 것이다. 비행기 여행을 앞둔 아기 엄마들의 마음은 다 똑같다. 바로 내가 그랬으니까! 그래서인지 지금은 비행할 때, 아기와 엄마들에게 눈길이 한 번 더 가고 마음이 한 번 더 쓰인다.

예전의 나를 회상해본다. 아줌마승무원 이전의 시절에도 아기가 울면 당연히 객실로 나와 아기를 달랬다. 하지만 마음가짐이 좀 달랐다. 아기 걱정이 아닌 주변 다른 승객이 불평을 토로할까 걱정해 달려 나온 승무원. 아마 아기 엄마에게 당시 나는 주변 승객들과 다름없는 눈초리로 자신을 바라보는 부담스러운 존재였는지도 모르겠다.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에 대한 진정한 이해는 사실 불가능하다. 책에서 배운 지식이나 보편적인 가치를 바탕으로 한 얄팍한 아는 척, 혹은 그럴 것이라는 막연한 상상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역지사지의 전부다. 하지만 비록 그러하다 할지라도 우리는 역지사지의 끈을 놓지 않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역지사지는 ‘머리로 하는 완벽한 이해’가 아니라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배려, 관심, 사랑’의 다른 이름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 말이 지닌 한계를 깨닫고 난 이후부터 역지사지를 염두에 두고 서비스할 때는 조금 더 조심스러워진다. 과연 내가 하고 있는 서비스가 승객이 원하는 입장이 정말 맞는 것인지 몇 번이고 나 자신에게 되물어본다. 서비스맨으로서 영원히 풀어야 할 숙제를 앞에 두고 마음속에 역지사지의 뜻을 다시 한 번 새겨본다. 내가 바꿔 생각해본 고객의 입장이 진정 고객들을 웃음 짓게 하는 서비스이기를.

대한항공 승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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