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9200명에 일괄배송
복지부 “다시 협의하라” 공문
청년수당 이어 갈등 2라운드


서울시가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에게 생리대 지원을 강행, 보건복지부와 ‘무상복지 갈등’ 2라운드를 예고하고 있다. 이번에도 복지부와 협의를 마치지 않은 채 실시해 청년수당 갈등에 이어 또 법정 공방으로 번질지 주목된다.

서울시는 9일 국민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의 여성 청소년(만 10∼19세) 9200명에게 생리대 10팩을 오는 13일까지 택배 배송한다고 밝혔다. 2억3000만 원의 예산이 들어갈 이번 지원은 지난 5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일부 여성 청소년이 생리대를 구입할 돈이 없어 신발 깔창과 휴지로 대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뒤 이뤄진 조치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사연을 전해 듣고 7월 13일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 669명에게 일회용 생리대를 배송해 화제에 올랐지만 일부에선 ‘혈세 퍼주기 포퓰리즘’ 논란도 일었다.

서울시는 지난 7월 보건복지부에 생리대 지원을 위한 사회복지제도 신설 협의를 신청했지만 회신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최근 생리대 지원을 위한 추경 예산 30억 원이 편성된 후 시에 공문을 보내 “정부 사업과 중복되지 않도록 조정해서 다시 협의하라”고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시는 재협의 없이 생리대 지원을 강행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사업 재협의와 검토에 걸리는 기간만 2개월인데, 생리대 살 돈이 없어 고통을 겪는 대상자들이 언제 수령 가능한지 묻는 전화가 잇따라 더 늦출 수 없었다”며 “앞으로 정부 지원방안이 확정되면 정부사업과 중복되지 않도록 복지부 지침에 따라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지원되는 생리대는 청소년 건강을 위해 유기농 순면 100% 국제인증을 받은 커버를 사용했으며, 지원 대상자가 외부에 드러나지 않도록 배송 상자엔 주소만 기재했다. 또 생리대와 함께 생리 관련 기본정보, 생리대 사용법, 위생관리, 생리를 당당하게 생각하는 인식개선 내용을 담은 ‘성·건강수첩’도 함께 보낸다.

엄규숙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청소년의 건강 기본권을 위해 긴급히 지원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예산 부족으로 공중화장실 등 청소년들이 많이 오가는 곳엔 비치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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