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레마’에 빠진 중앙은행들

Fed, 인상 가능성 언급만 하면
제조업·고용 등 경기지표 추락

경기부양 노리는 日·유럽은행
매입가능한 국채·회사채 고갈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이 양적완화 정책을 놓고 딜레마에 빠져들고 있다. 9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경제지표가 예상외로 악화되면서 금리 인상에 제동이 걸렸다. 반면 경기 부양을 위해 양적완화를 지속하려는 일본은행과 유럽중앙은행(ECB)은 사들일 수 있는 국채와 회사채가 고갈되면서 돈을 풀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9일 미 상무부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재닛 옐런 Fed 의장과 스탠리 피셔 부의장 등 Fed 위원들이 최근 9월 기준금리 인상과 연내 두 차례 인상 가능성 등을 언급한 뒤 오히려 경기 지표가 추락했다. 고용 시장은 물론,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산업까지 줄줄이 상황이 악화됐다. 미 공급관리협회(ISM)의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4로 전월(52.6) 대비 급락했다. 서비스업을 의미하는 비제조업 PMI는 전월(55.5)보다 크게 하락한 51.4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0년 2월 이후 6년 6개월 만에 최저치다.

미국의 제조업과 비제조업이 모두 악화되면서 그동안 개선세를 보이던 고용도 위축됐다. 8월 미국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자수는 전월 대비 15만1000명 늘어나는 데 그치면서 시장 예상치(18만 명)를 크게 하회했다.

이처럼 산업과 고용이 모두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9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하락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 그룹이 미국 국채선물 가격 동향을 바탕으로 산출한 9월 기준금리 인상 확률은 8일 현재 21%로 나타났다. 이는 옐런 의장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했던 8월 28일 당시 인상 확률 33%와 비교하면 열흘 사이 12%포인트나 하락한 것이다.

이에 반해 양적완화를 지속하려는 일본은행과 ECB는 사들일 수 있는 국채와 회사채가 부족해 시장에 돈을 풀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은행이 양적완화를 위해 사들이는 국채 규모는 연간 7500억 달러(약 818조 원)를 넘어선다. WSJ는 이러한 매입 규모를 유지할 경우 18개월 뒤면 시중에 일본은행이 사들일 수 있는 국채가 바닥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WSJ는 일본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쓸 수 있는 수단이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CB도 상황은 비슷하다. ECB는 올 3월 양적완화 정책을 확대하면서 채권 매입 한도를 월 600억 유로(74조 원)에서 800억 유로로 확대했다. 문제는 ECB가 양적완화를 위해 사들인 채권 규모가 8월 말 현재 1조 유로를 넘어서면서 시중에 채권이 바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ECB는 국채가 동나자 6월부터 회사채를 사들이고 있지만 매입 가능한 수준의 회사채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장에서는 ECB의 채권 매입을 통한 양적완화 정책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ECB는 8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추가 양적완화책을 내놓지 않았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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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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