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사랑이 더 애틋해.”

올해 늦봄과 초여름을 강타한 드라마 ‘또 오해영’에서 주인공이 내뱉은 명대사입니다. 사랑의 방향과 감정들이 복잡하게 엇갈린 속에서 주인공은 이 말로 상황을 정리합니다. 이기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난 내가 가장 중요해’ 이런 이야기입니다. 몇 달 지난 드라마 대사를 끄집어낸 것은 이 대사가 요즘 시대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나는’ 혹은 ‘나를’을 제목으로 내건 책들이 많이 나옵니다. 제목에 ‘나’를 내세우지 않아도 ‘나’를 다룬 책들이 넘쳐 납니다. 대표 원조는 2014년 11월에 출간돼 지금도 베스트셀러인 ‘미움 받을 용기’입니다. 관계에서 타인의 눈치를 보지 말고 미움받을 용기를 가져야 행복해진다는 책의 메시지는 폭풍 같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출판 트렌드로 해석하자면 자기계발서를 읽으며 성공 열망을 불살랐지만 성공은커녕 상처만 얻은 개인들이 감상적 힐링에 기대보고 멘토의 꾸짖음에 귀 기울여 봤지만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자 서둘러 ‘나’로 기착하고 있는 것이죠. 마음대로 되지 않는 세상에서 나를 사랑하고, 나를 더 단단하게 하겠다는 결심입니다. 사실 ‘나’는 출판의 영원한 소재이자 주제지만 최근의 ‘나’는 기존의 ‘나’와 다릅니다. 상대나 조직에 대해 적대적이기까지 합니다. 개인 관계에서는 오해영처럼 미안하지만 내가 더 소중해라는 식이고, 직장에서는 어떻게 성공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직장을 이용해 그 속에서 내가 잘사는가를 탐색하기도 합니다. 사장님들이 보면 큰일 날 소리지만, 그만큼 개인들이 지치고 상처를 많이 받은 결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최근에도 ‘자존감’ ‘나는 내 상처가 제일 아프다’,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 같은 책들이 나왔습니다. 일본 심리치료사 다카노 마사지의 ‘나를 소중히 여기는 것에서 인간관계는 시작된다’(가나출판사)도 ‘나’ 계열입니다. 책의 카피는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지 말라’입니다. 상대에게 맞추는 것은 인생의 주도권을 상대에게 넘겨 주는 일이니 좋은 관계를 위해 자기 감정을 억압하지 말라고 합니다. 대응 전략은 내면에 ‘편안한 느낌’을 만드는 것입니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할 때 느끼는 행복, 상대가 자기 마음을 헤아려 줄 때 느끼는 충일감, 아름다운 경치를 볼 때 느끼는 감동 같은 편안한 느낌을 평상시에도 가질 수 있도록 하라고, 그러면 자신도 주변 사람도 편안하게 대할 수 있다고 합니다.

대부분 심리학자, 심리 치료사들이 쓴 책들은 거의 비슷한 말을 합니다. 모든 관계의 출발점이 자신이라는 것이죠. 저자마다 다양한 해법을 조언하는데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이 놀랍게도 걷기입니다. 뇌가 말랑말랑해져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는 최근 심리학 책들이 뇌과학의 성과를 결합한 결과입니다.

이제 날씨도 선선해졌습니다. 이번 주말엔 밖으로 나가 나를 위한 산책을 해 보시죠.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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