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필 관악구청장

차디차고 어두운 방. 앙상하게 여윈 또 하나의 영혼이 세상을 등졌다. 사회의 무관심이 빚어낸 죽음, 고독사 1200명 시대가 도래했다는 슬픈 소식이다.

‘인간은 섬이다’라는 말처럼 고독은 인간의 숙명이라지만 이것이 단절을 뜻하는 것은 아닐 거다. 관계의 회복을 위한 지역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이와 관련한 체계적인 서비스와 자원을 개발하는 것. 이것이 지금 우리의 가장 큰 과제이자 절박한 사명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제한된 예산과 부족한 복지전담인력은 늘 지방자치단체의 한계라는 벽에 부딪히게 마련이다. 이러한 제한된 상황에서 자원봉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사례가 있다. 지난 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5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관악구 1인 가구는 43.9%로 인천 옹진군 다음으로 높다. 기초생활수급자는 1만2458명으로 25개 자치구 중 여섯 번째로 많으며 재정자립도는 20.7%로 22위다. 통계자료만 보더라도 복지수요가 넘치는 열악한 지역. 이곳에 지난해 7월, 작은 영웅들이 기분 좋은 반향을 일으켰다. 그리고 아름다운 기적이 일어났다.

민간 주도로 이뤄지는 자원봉사의 전문성과 창조성에 공무원의 행정력과 조직력을 접목한 관악구는 흩어진 자원을 조직화하며 봉사가 필요한 곳을 찾아 연결해주는 통합적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후 자원봉사자들의 사회적 가치를 인정하기 위해 ‘우수자원봉사자증’을 발급하고 미용실·서점·안경점 등 정가의 5∼30%를 할인해 주는 256개의 ‘좋은 이웃 가게’를 통해 실질적 혜택을 부여하는 새로운 자원봉사 모델을 창출해냈다.

그 결과 지난 일 년간 자원봉사자 실인원 증가율은 55.5%로 서울시내 25개 자치구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행정자치부 자원봉사포털시스템에 등록된 자원봉사자는 9만8828명으로 전체 관악구민(50만9663명) 5명당 1명이 자원봉사를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7월부터 올 6월까지 관악구의 자원봉사활동에 대한 경제적 가치를 환산해보니 58억1300만 원이었다. 이제 작은 영웅들의 두 번째 도전이 시작된다. 자전거를 타듯, 축구를 하듯, 자원봉사에 즐거움을 더한 볼런테인먼트(voluntainment)를 통해 일상으로 스며든 자원봉사의 에너지를 새로운 문화로 창조한다는 포부다.

어느덧 10년이 다 되어가는 일이다. 우리는 태안반도 기름 유출 사고 때 ‘120만 자원봉사자의 기적’이 일어난 광경을 목격했다. 2007년 겨울, 태안 앞바다는 광범위한 사회적 연대로 출렁였다. 그 날의 기적은 우연이었을까? 이웃의 아픔을 공감하며 온몸으로 상처를 치유하려는 우리 안에 내재된 힘. 그 살아 움직이는 힘이 존재하는 한 우리는 누구라도 작은 영웅이 될 수 있다. 이것이 우리 지역이 원하는, 그리고 우리 시대가 원하는 진정한 영웅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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