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마지막 황손 이석 황실문화재단 총재가 전주 한옥마을 안에 자리한 승광재 영접실에서 ‘아름다운 우리나라 사랑하는 나의 조국’이라고 붓글씨를 쓴 뒤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조선의 마지막 황손 이석 황실문화재단 총재가 전주 한옥마을 안에 자리한 승광재 영접실에서 ‘아름다운 우리나라 사랑하는 나의 조국’이라고 붓글씨를 쓴 뒤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 ‘마지막 황손’ 이석의 추석

2004년부터 전주 한옥마을 거주
황실문화재단 회원들과 전통행사
진안군 노인복지타운서 봉사활동

“조선 왕조 519년 역사 폄훼 안돼”


“조선의 마지막 황손이라는 사실이 전국에 알려지면서 지역 특산품들을 보내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독거노인들에게도 나눠주고 불우 시설에도 보내고 있습니다.”

조선의 ‘마지막 황손’ 이석(75) 황실문화재단 총재에게 추석은 음식을 나누고 불우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날이다. 그는 최근 영화로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덕혜옹주가 고모이며, 고종 황제를 할아버지라 부른다. 지난 2004년 10월 풍패지향(豊沛之鄕·건국자의 고향)의 땅에 뼈를 묻겠다고 전북 전주 한옥마을 승광재(承光齋)에 거주하기 시작한 지 10여 년이 지났다. 그동안 그가 명절 때마다 실천해 온 게 ‘나눔’ 행사다.

“뭐, 거창한 행사라고 하기엔 초라합니다. 황실문화재단 회원들과 승광재를 찾아온 시민들이 어우러져 널뛰기나 제기차기 등 전통행사를 열거나 인절미를 만들어 나눠 먹고, 또 잔치국수를 삶아 대접하는 일이지요.”

이 총재는 추석을 10여 일 앞둔 지난 3일 전북 진안군 복합노인복지타운에서 지역 노인들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펼쳤다. “지난 2014년까지만 해도 매주 승광재를 찾아온 관광객들에게 인절미를 나눠 주곤 했는데 요즘은 몸이 뒤따르질 않아 명절 행사가 돼 버렸어요.” 신하들과 귀한 음식을 나누고 선온(宣온·임금이 신하에게 술을 내리는 것)을 하며 활쏘기 행사를 펼쳤던 궁궐의 추석은 아니지만 ‘마음’만은 그 이상이다.

사실 이 총재는 1941년 생이어서 궁궐에서 추석 명절을 지낸 기억이 없다. 궁궐 음식에 대한 기억도 많지 않다. “황족들이 경복궁 근처 별궁과 칠궁(청와대 앞쪽에 있었던 별채)에 따로 모여 살 때 외가에 떨어져 사시던 어머니가 보내준 팥죽 맛을 잊을 수가 없어요.”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왕조, 살아남아야 했던 황족의 아픈 과거, 불우한 젊음과 교차되는 기억들이 있지만 519년 조선 황실 역사를 다시 세워야 한다는 사명감은 남다르다. 그는 매월 음력 초하루 같은 한옥마을 내 경기전(慶基殿)에서 열리는 초식 분향례의 초헌관으로 활약할 뿐만 아니라 중양절(음력 9월 9일) 제례 때 면류관을 쓰기도 하는 등 국내 거주 유일 황족으로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고종 황제를 무능한 왕으로, 흥선대원군 증조할아버지와 명성황후의 갈등을 외척 싸움으로 치부하는 등 조선의 역사를 식민사관으로 배워 알고 있는 젊은 층을 만나면 안타깝습니다.” 그가 대학 강단이나 강연, 방송에서 빼놓지 않고 해온 말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것이다. ‘비둘기 집’이란 노래를 부른 가수로도 유명한 그는 “조선 왕조 519년의 역사를 폄훼해선 안 된다”며 “의원 내각제든, 대통령 중심제든 개헌 과정에서 영국 등 선진국처럼 전통 황실을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주 = 박팔령 기자 park80@munhwa.com
박팔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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