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 존 브래드쇼 지음, 오제은 옮김 / 학지사
따귀맞은 영혼 / 배르벨 바르데츠키 지음, 장현숙 옮김 / 궁리
내 남자를 위한 관계의 심리학 / 데이비드 웩슬러 지음, 윤정기 옮김 / 지식과 날개


아무리 세태가 바뀌었다고 해도 추석은 멀리 흩어진 가족들이 모이는 시간이다. 오랜만에 만났으니 더 애틋해져야 하는데 언제부터인가 추석은 ‘관계 스트레스’를 안기는 시기로 지목되고 있다. 추석 연휴, 좋은 가족 관계를 생각하게 하는 책들을 권한다. 심리 정신분석 분야를 오랫동안 탐구해온 소설가 김형경 작가의 상처 투성이 가족들을 위한 책 조언을 놓치지 마시길. 또 긴 연휴, 독자들을 위해 지난 10년간 한국인이 사랑한 베스트셀러도 정리했다. 베스트셀러가 곧 좋은 책은 아니지만 10년 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면 중요한 책이다. 아직 읽지 못한 책 중 한 권을 펴보시길. 연휴에 바빠 책 읽을 여유까지 없다면 주변 사람들은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책 목록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울 것이다.

가족은 그 자체가 무의식적이다. 사춘기 시절 친구들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있다. 집에서는 덤덤하게 대하던 가족이, 밖에서 마주치면 불편한 감정을 촉발시킨다는 내용이었다. 한 친구는 거리에서 남동생과 마주쳤는데 문득 서러움이 밀려와 타인처럼 스쳐지나갔다. 다른 친구는 시장에서 언니를 목격했는데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외면했다. 부모는 또 어떤가. 우리의 내면에는 부모와 관련된, 입 밖에 낼 수 없는 감정들이 한가득 쌓여 있다. 무의식이라는 단어를 몰랐던 시절부터 가족은 기이하고 불편한 감정을 촉발시키는 대상이었다. 성인이 된 후 가족을 떠나 자기만의 가정을 꾸린 후에도 내면의 무의식은 그대로 존재한다. 그리하여 1년에 한두 번 가족들이 모이면 작은 일로도 갈등을 빚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감정을 폭발시킨다. 가족이 근본적으로 무의식 속 상처와 닿아 있기 때문이다. 또 추석 명절을 맞았다. 이번 추석만은 평화롭게 지나가기를, 가족과의 관계가 보름달처럼 원만하기를 소망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이들이 참고할 만한 책 몇 권을 추려보았다.



# 존 브래드쇼 ‘가족’

존 브래드쇼의 ‘가족’은 부모의 정서적 양육이 한 인간의 성격과 성향, 미래를 결정짓는 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밝힌 책이다. 저자는 가정이 국가의 통치 체제를 모방한다고 제안한다. 전제군주 시대에서 민주주의 시대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군주적 지도 방식을 지닌 부모가 민주적 성향의 자녀를 교육하면서 무수한 역기능 가정이 탄생했다고 설명한다. 역기능 가정이란 자녀 위에 군림하면서 지배, 통제, 협박, 폭력 등을 일삼는 부모의 가정을 말한다. 역기능 가정의 자녀 내면에는 수치심, 죄책감, 강박성향, 거짓 자기 등의 해로운 심리 요소가 자리 잡는다.

저자는 역기능 가정의 자녀들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하는 행동들을 설명하기 위해 가족체계 이론을 제시한다. 가족이라는 전체성, 관계망 속에서 해석해야만 아이가 어떻게 엄마의 부모 역할을 자처하는지, 어떻게 가족의 마스코트 역할을 떠맡는지 이해할 수 있다. 자녀들이 출생 순서에 따라 서로 다른 역할을 맡는다는 것, 한 개인의 내면에는 최소한 조부모 대로부터 이어지는 가족체계가 깃들어 있다는 사실 등을 제안한다. 저자는 토론토대에서 심리학, 신학, 영성 세 분야의 학위를 취득한 가족 치료 전문가이며 ‘가족’은 1988년 미국과 캐나다에서 동시 출간되었다. 당시에는 생소하던 ‘역기능 가정, 수치심에 기초한 성격, 상처받은 내면 아이’ 등의 개념을 널리 확산시키며 개인의 회복 운동을 이끈 책으로 평가받는다.


# 배르벨 바르데츠키 ‘따귀 맞은 영혼’

생애 초기 가족체계 안에서 아이들이 떠맡은 역할은 성인이 된 이후의 주요한 생존법이 된다. 어린 나이에 엄마의 보호자 역할을 했던 사람은 성인이 된 후 어디서든 과도한 책임을 떠맡는 사람이 된다. 부모의 사회적 얼굴을 자처했던 사람은 가문의 영광을 위해 성공하고자 애쓰는 사람이 된다. 가족의 희생자 역할을 했던 사람은 가학적 대상을 찾아 관계를 맺는다. 가족 내에서 서로 투사한 불안, 죄의식, 수치심 등이 내면에 쌓인 사람은 성인이 된 후 어떤 관계에서든 과도하게 불안, 죄의식, 수치심 등을 경험하게 된다. 쉽게 상처받는 사람이 된다는 뜻이다.

배르벨 바르데츠키의 ‘따귀 맞은 영혼’은 사회적 관계에서 쉽게 상처받는 사람을 위한 책이다. 저자는 독일의 심리치료 전문가로서 자신의 내담자가 모두 ‘마음 상함’이라는 문제를 안고 온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는 마음 상함이라는 주제에 천착하여 그 배경에는 자기애적 성향, 공격성의 투사, 내면의 수치심, 거부당한 기억 등이 작동한다는 것을 밝힌다. 관계에서 일어나는 마음 상함은 따로 제시하는데 친구, 연인, 조직 등에서 마음 상하는 배경에는 권력 게임, 질투와 경쟁심, 복종과 의존성 등이 자리 잡고 있음을 설명한다. 책 말미에는 마음 상하는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이 제시되어 있다. 마음 상함 알아차리기, 마음 상했음을 고백하기, 관계를 끊는 대신 거리 두기, 자기만의 심리적 주제 인식하기 등의 단계를 제안한다. 자존감을 회복하고 건강한 자아를 정립하여 마음 상함 자체를 극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게슈탈트 심리치료 틀을 사용하며, 2000년에 출간된 책이다.


# 데이비드 웩슬러 ‘내 남자를 위한 관계의 심리학’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서 더 많은 마음 상함을 경험하면서 자신을 돌보아온 여성과는 달리, 남성들은 오래도록 마음을 방치해 왔다. 심지어 감정을 억압하고 마비시킬수록 성숙한 어른이라는 인식을 갖기도 했다. 좋은 남자조차 자신이 무슨 행동을 하는지 알지 못한 채 때때로 ‘나쁜 행동’을 했다.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훈련을 받은 적이 없어서, 과도한 기대와 책임감 때문에, 혹은 내면의 수치심이나 몸에 밴 경쟁심 때문에 관계에서 자주 과오를 범했다.

데이비드 웩슬러의 ‘내 남자를 위한 관계의 심리학’은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느끼는 남자들과 그들과 관계 맺는 여자들을 위한 책이다. 저자는 임상 현장에서 마음의 문제를 가진 남자들을 만나면서 특별히 남성 심리만을 주제로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남자가 친밀한 관계를 맺는 법, 부자 관계에서 상처의 대물림, 남자가 공감 역량을 키우는 법, 창조적으로 기분전환 하는 법 등을 제시하고 있다.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요소는 사회적으로 ‘남성답다’라고 알려진 요소들을 해체할수록 진정으로 자기다운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2004년에 출간된 책이며, 자기 심리학의 틀에서 남성 심리를 설명한다.

몇 해 전, 한 사찰 댓돌에 걸터앉아 쉬다가 노 보살(나이든 여성 불자를 일컫는다)들의 대화를 귀동냥한 일이 있었다. 한 노인의 아들이 고등학생이 되자 한순간에 달라지더니 책가방을 집어던지고 기타를 뚱땅거리며 거리를 떠돌더라고 했다. “그때 내가 저한테는 한 마디도 안 하고 매일 법당에 가서 108배를 했다. 그렇게 6개월 지나니까 기타 놓고 다시 책가방 챙기기 시작하더라.” 노 보살의 아들은 대학 졸업 후 지금은 정부기관 공무원으로 근무 중이라고 했다.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 일화였다. 노 보살이 아들에게 “한 마디도 안 했다”는 것은 자신의 염려와 불안을 아들에게 집어 던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매일 108배를 했다”는 것은 그 감정들을 혼자 소화시켰다는 뜻이다. 사춘기의 심리적 위기에 처했던 아들은 일관되게 믿고 지지해 주는 부모의 모습을 보고 그 행동을 동일시하면서, 통합되고 건강한 심리 요소를 내면에 정립했을 것이다. 아마도 그는 자신의 감정을 잘 처리하는, 잘 관계 맺고 잘 기능하는 성인이 되었을 것이다.

김형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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