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편집자들이 말하는 ‘지난 10년간의 베스트 톱10’
지난 10년간 우리 독자들이 가장 많이 읽은 작품은 무엇일까. 교보문고에 의뢰해 2006년부터 2016년 8월까지 소설 판매량을 집계했다. 그 결과 국내외 소설을 합해 가장 많이 판매된 작품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이어 히가시노 게이고(東野圭吾)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프랑수아 를로르의 ‘꾸뻬 씨의 행복 여행’,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1Q84’, 더글라스 케네디의 ‘빅 픽처’, 요나스 요나손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한강의 ‘채식주의자’, 기욤 뮈소의 ‘구해줘’, 조정래의 ‘정글만리’와 권비영의 ‘덕혜옹주’ 순으로 톱 10에 올랐다. 담당 편집자들에게 이들 작품이 이토록 사랑을 받는 이유와 매력, 권하고 싶은 대상 그리고 이 작품을 읽은 뒤 더 읽으면 좋은 책을 두루 추천받았다.
2008년 출간된 작품으로 국내에서 220여만 부 팔리며 외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시골에서 올라온 엄마가 서울 지하철 역에서 실종되면서 시작해 가족들의 시선으로 엄마 이야기를 그리고 그 누구도 몰랐던 엄마 이야기를 풀어낸다.
“어려운 시절을 살아오면서 지금 세대를 키워낸 어머니의 희생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소설의 인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감을 얻는 소재를 핍진하게 그러낸 작품 덕분이다. 이 작품은 아주 어린 독자보다는 어머니라는 입장이 된 사람들, 특히 자녀를 두기 시작한 젊은 부모들에게 권하고 싶다.”(강영규 문학팀장)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현대문학)
2012년에 출간돼 계속 소설 베스트 톱 5에 머물고 있는 작품. 50만 부 이상 팔렸다. 오랫동안 비어 있던 나미야 잡화점에 숨어든 삼인조 도둑에게 조언을 구하는 편지가 도착한다. 이들은 얼떨결에 답장을 쓰는데, 이 답장이 기적을 만들고, 이들 자신까지 변화시킨다.
“무엇보다 재미있고 독자들이 주인공에 투영해 답을 얻을 수 있다. 자신의 의지와 결정에 따라 미래가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내일을 향해서 갈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이다. 소설을 읽은 20대가 수십 년이 지난 뒤 다시 읽어도 감동 받을 작품이다. 이 작품 뒤, 게이고 작품 계열의 정 반대편에 있는 ‘악의’를 권한다.”(김영정 이사)
★꾸뻬 씨의 행복 여행(오래된 미래)
마음의 병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을 그 어떤 치료로도 행복에 이르게 할 수 없음을 깨달은 꾸뻬 씨. 자기 역시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한 그는 진료실 문을 닫고 여행을 떠난다. 2004년 출간돼 잔잔한 반응을 얻다 2013년 TV 북토크에 등장해 베스트셀러가 됐다. 33만 부가량 팔렸다.
“소설 형식을 빌린 산문적 내용으로 우화적 작품이다. 순수 문학과 궤를 달리해 소설을 잘 안 보는 사람들도 친숙하게 읽을 수 있는 친절한 작품이다. 한 개인이 삶에서 추구해야 할 행복, 희망, 사랑, 고민, 욕망 등에 대해 감정이입해 읽을 수 있다. 책과 거리를 두고 사는 도시의 직장인에게 추천한다. 이어 ‘꾸뻬 씨의 인생 여행’을 권한다.”(임자영 편집장)
★1Q84 (무라카미 하루키 / 문학동네)
하루키의 2009년 장편소설로 국내에서 180만 부가 팔렸다.
“두 주인공 아오마메와 덴고의 아련한 첫사랑 이야기인 동시에, 수수께끼 가득한 ‘1Q84’의 세계를 헤쳐나가며 겪게 되는 환상소설이다. 어제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을 말하는 작가의 진지한 목소리이기도 하다. 스타일리시한 암살자, 천재적 문학성을 지닌 소녀, 리틀 피플과 어두운 숲 속, 두 개의 달이 뜨는 ‘1Q84년’이라는 새롭고 거대한 세계의 서사가 독자를 매료시킨다. 소설 장르가 발휘할 수 있는 최대의 상상력과 재미, 독자적 세계관을 맛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이와 함께 ‘1Q84’를 포함해 후대 문화 영역에 영향을 끼친 조지 오웰의 ‘1984’를 권한다.”(양수현 차장)
★빅 픽처(밝은 세상)
안정된 삶을 살던 변호사가 우연히 부인의 내연남을 살해한 뒤, 사진작가로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이야기. 국내에서 70만 부가량 팔렸다.
“굉장히 빨리 읽히고 임팩트가 강하다. 현재와 다른 삶을 꿈꾸는 현대인의 로망을 건드리고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꿈을 꾸고 있는 현대인에게 대리 만족을 제공한다.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젊은 30대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빅 픽처’를 읽었다면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인 ‘모멘토’를 권한다. 운명적 사랑을 다룬 감동적 작품인데 독자들 반응이 아쉬웠다.”(김동주 편집장)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열린책들)
100세 생일날 양로원 창문을 넘어 탈출한 알란이 갱단 돈 가방을 손에 넣어 도망 길에 나서며 벌어지는 이야기. 60만 부가 팔렸다.
“유머가 넘치는 재미난 소설이다. 순수하고 태연한 주인공, 사람들이 기본 설정으로 가지고 있는 복잡하고 끈적한 감정들이 삭제돼 있는 이 노인을 통해 20세기 끔찍한 역사를 관통하는 재미가 있다. 역사에 대한 어느 정도 지식이 있으면 더 재미있지만 소설을 읽고 역사책을 찾아서 읽는 학생들도 많은 것 같으니 재미와 교양이라는 두 요소를 다 잡은 책이다. 가난한 흑인 소녀의 황당한 모험담인 작가의 두 번째 소설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를 추천한다.”(김영준 주간)
★채식주의자 (한강 / 창비)
2007년 처음 나왔으나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받으면서 관심을 받게 된 한강의 연작 장편소설. 육식을 멀리하고 스스로가 나무가 되려는 영혜가 주인공으로 이제까지 60만 부가 팔렸다.
“눈 밝은 영국인 번역자를 통해서 세계 독자에게 소개됐고, 거기서 인정을 받아서 국내 독자들에게 리바이벌된 작품. 한국 문학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가장 최근 사례다. 소수자, 여성, 여성주의에 관심 있는 독자들이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 여성주의, 페미니즘 관련 책들과 연결해 읽으면 좋겠다.”(강영규 문학팀장)
★구해줘(밝은 세상)
아내의 갑작스러운 자살로 삶이 무너진 의사 샘이 프랑스 여자 줄리에트를 만나 전개되는 운명적 사랑과 구원을 다룬 작가의 첫 소설. 세계적인 화제를 일으킨 작품으로 소설의 감동적인 결말은 독자들에게 상당한 위안을 준다. 2006년 나와서, 100만 부 가까이 팔렸다.
“소설 속 장면들이 모두 영상을 보는 듯해 한 편의 영화 같다. 사건은 속도감 있게 그려지고, 인물들이 매력적이어서 다음이 궁금해지는 작품이다. ‘구해줘’를 읽은 뒤 국내에 출간된 뮈소의 작품 ‘내일’을 권한다. 스릴러적 면모가 강하다.”(김동주 편집장)
★정글만리(해냄)
세계의 중심으로 급부상한 중국에서 벌어지는 한국, 중국, 일본 등 각국 비즈니스맨들의 생존 전쟁을 그린 작품. 190만 부가 팔렸다.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고민한 작품이고 우리가 몰랐던 세상을 알게 해 준다. 조정래 선생께선 소설이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 점에서 문제를 이야기해주는 책이다. 세계사의 흐름이 궁금한 분들께 권한다. 우리 문제를 고민한다는 차원에서 20대 젊은 친구들에게 추천한다. 이어 교육 문제를 다룬 작가의 신작 ‘풀꽃도 꽃이다’를 권한다.”(이진숙 편집장)
★덕혜옹주 (다산책방)
고종황제의 막내딸, 조선 최후의 황족인 덕혜옹주의 알려지지 않은 삶을 다룬 소설. 2009년 출간돼 좋은 반응을 얻다 최근 동명 영화 개봉으로 다시 소설 판매에 탄력이 붙었다. 이제까지 100만 부 가까이 팔렸다.
“사람들이 알지 못했던 인물을 발굴, 소개했다는 것이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이다. 작가가 인물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갖고, 덕혜옹주에 대해 더 많이 알리기 위해 썼다. 역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 여성의 삶에 관심이 큰 독자가 많았다. 여성의 삶이라는 점에서 ‘덕혜옹주’에 이어 허난설헌의 삶을 다룬 소설 ‘난설헌’을 권하고 싶다.”(김현정 문학 팀장)
최현미 기자 c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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