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주, 결,  84×84㎝  한지에 먹과 채색
홍순주, 결, 84×84㎝ 한지에 먹과 채색
홍순주의 회화는 추상 언어로 가득 차 있다. 제작 방식에서도 추상성을 보여준다. 의도를 갖지 않고 마음을 비운 상태로 붓질을 한다. 무엇을 그리겠다는 생각을 버린 그림이다. 무념무상에서 나오는 행위가 빚어낸 작업으로 그는 무슨 얘기를 하려는 것일까.

홍순주는 ‘결’이라는 주제를 꾸준히 다루고 있다. 결은 물질이 일정한 규칙으로 짜인 상태를 말하는데 그의 작업에서는 천의 직조 구조로 나타난다. 마치 모시 같은 옷감이 여러 겹 겹쳐져서 우러나는 은은한 공간의 느낌이다. 먹색을 바탕으로 무수한 붓질의 흔적이 쌓여서 만들어내는 화면의 깊이에서 정신성이 강하게 보인다. 그것은 한국 정서를 다듬어 온 선비 정신 같은 고결하고도 담박한 느낌이다. 한국적 미감은 정서나 정신성에서 나온다. 정서나 정신의 문제를 추상 언어로 접근하는 홍순주의 작업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전준엽 화가·미술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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