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주는 ‘결’이라는 주제를 꾸준히 다루고 있다. 결은 물질이 일정한 규칙으로 짜인 상태를 말하는데 그의 작업에서는 천의 직조 구조로 나타난다. 마치 모시 같은 옷감이 여러 겹 겹쳐져서 우러나는 은은한 공간의 느낌이다. 먹색을 바탕으로 무수한 붓질의 흔적이 쌓여서 만들어내는 화면의 깊이에서 정신성이 강하게 보인다. 그것은 한국 정서를 다듬어 온 선비 정신 같은 고결하고도 담박한 느낌이다. 한국적 미감은 정서나 정신성에서 나온다. 정서나 정신의 문제를 추상 언어로 접근하는 홍순주의 작업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전준엽 화가·미술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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