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하고 사라진다. 영원히 빛날 것처럼 보이는 별들도 태어나고 죽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변하지 않는 것을 사랑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보석이 된다. 변한 줄 알았는데 변하지 않은 것은 더욱 감동적이다. 영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오랜 시간 변함없이 존재를 빛냈던 헌 책들, 우표, 회중시계, 젊은 부모님의 신혼 사진, 현존하는 중세 유럽 도시의 한 귀퉁이, 변함없는 고향의 풍경은 언제 봐도 정답다. 아마 변하지 않는 것은 물리와 수학의 법칙뿐 아닐까?

아니다. 절대로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공기업 낙하산 인사가 그것이다. 역대 대통령은 공기업 수술, 낙하산 인사 폐지를 공약해 왔다. 박근혜정부도 초기에 모럴 해저드에 빠진 공기업 대수술에 나섰다. 당시 부총리는 “파티는 끝났다”고 했다. “이제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재정위험 관리에 총력을 쏟아야 할 때”라고도 했다. 그래선지 공기업 몇 개가 줄긴 했지만 지금은 그 수가 오히려 더 늘었다.

낙하산 인사의 백미(白眉)는 감사(監事)이다. 기업의 부정을 조기에 적발해 정상화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가 감사이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크게 표나지 않는 직책이기도 하다. 제일 만만한 자리인지 아무나 한다.

대우조선해양 전 CEO는 감사실을 아예 폐지해버렸다. 감사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자리쯤으로 생각한 것이다. 감사위원회 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라고 변명한다. 이는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CEO의 치명적 무지를 보여준다. 감사위원회가 존재한다고 해서 감사실을 폐지한다는 것은 실로 어이없는 궤변이다. 이러고도 망하지 않는다면 이상한 것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한국거래소 이사장 인사를 비롯해 신용보증기금, 자산관리공사, IBK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술보증기금, KB금융지주, 예탁결제원 등 금융사와 금융공기업 10여 군데의 CEO 인사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이미 낙점설도 파다하다. 전 금융위 부위원장,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잘 아는 바와 같이 산은과 수은 모두 관료 출신 또는 정권과 가까운 인사들이 행장의 대를 이어왔다. 전형적인 구조는 노조가 ‘낙하산’ 반대운동을 벌이다가 임금인상·복지혜택을 얻어내면서 낙하산을 용인하는 순서다. 이는 방만 경영으로 이어져 기업은 도산 문턱으로 질주하게 된다. 천문학적 액수의 국민 세금으로 겨우 살려 놓으면 다음 정권에 가서 다시 시한폭탄이 된다. 근래 산은 CEO는 거의 예외 없이 퇴임 후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2008년에 시작된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조선·해운·철강업의 공급 과잉도 그 후폭풍이다. 금융기업 인사는 정말 제대로 해야 한다. 누구나 알고 있으면서도 고칠 수 없는 낙하산 인사, 변해야 하는 데도 결코 변하지 않는, 참으로 딱한 이 전통은 의지력 강한 박 대통령도 어쩌지 못하는 것 같다. 국민이 이해를 해야 하는 부분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전문성이라도 철저히 검증해 주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어느 누구로부터도 영향을 받지 않는 확고한 독립성과 오랜 경륜으로 금융 분야의 맥락을 이해할 줄 아는 전문성은 금융기관 임원의 필수조건이다. 정피아, 관피아가 문제가 아니다. 도저히 뿌리칠 수 없다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나 권선주 IBK기업은행장과 같은 전문성이라도 있는지 확실하게 검증해야 한다. 최소한 그것만이라도 제대로 하는 것이 국가 경제를 도탄에 빠뜨리는 것을 막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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