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누리과정’ 무상보육에 이어 ‘맞춤형 보육’ 문제가 여지없이 중앙과 지방정부를 갈라놓고, 생업을 꾸리기에 바쁜 국민의 마음을 어지럽혀 놓았다. 만 3∼5세 영유아를 대상으로 모든 어린이의 학비와 보육료를 국가에서 지원하겠다는 누리과정 무상보육은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 저출산 문제 해결책의 하나로 내놓았던 공약이다. 하지만 취지가 좋다고 해서 모든 게 순조로울 순 없는 법. 초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욕만 넘쳤지 철저한 사전 준비와 연구 없이 무리하게 도입된 ‘무상보육’은 곳곳에서 문제를 불러일으켰다. 우선 막대한 예산이 투입돼야 하는 데도 2016년 예산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전혀 편성하지 않은 정부는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부는 시도교육청의 의무지출항목으로 규정함으로써 누리과정 예산을 지방교육청에 떠넘겨 버렸다. 책임을 대신 떠안게 된 지방자치단체가 반발하고 나설 것은 뻔히 예상됐던 수순이다. 이 같은 정부와 지자체 간 누리과정 논란으로 정작 피해를 본 것은 당장 어린이집에 가야 하는 아이들이었다.
정부의 생각은 법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지방교육청에서 교육교부금을 활용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재원 문제 때문에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못한다는 건 적절치 않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따져보면 무상보육이 갈등의 불씨가 된 근본 원인은 딴 데 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의 불통(不通)이 그것이다. 중앙정부가 지자체의 조직이나 재정 등과 관련된 중요 정책을 결정하면서 지자체와의 협의 과정을 생략한 채 진행하다 보니 추진 속도가 떨어지고, 갈등을 키운 것이다. 국민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려면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둘 사이의 관계 역시 수직적·종속적 관계가 아니라 수평적·협력적 관계여야 한다. 그것은 나라 살림과 지역의 살림살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국가의 전반적 발전과 전체 국민의 행복을 목표로 계획을 세우는 것은 중앙정부의 역할이지만, 지역 주민의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 자치를 일궈내는 건 지자체에 배정된 몫이다.
지난 8월 17일 박 대통령과 시·도지사의 청와대 오찬 간담회 이후 중앙과 지방정부가 상시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하기 위한 중앙·지방협력회의 설치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이미 제19대 국회에서 2개 법률안, 제20대 국회에서 2개 법률안이 발의된 상태이고 조만간 추가 법률안 발의가 준비 중이라고 한다. 그만큼 협력체의 필요성을 정치권에서도 공감하고 있다는 얘기다. 협의체 구성을 둘러싸고 일부 이견이 있는 건 사실이다. 첫째 협력회의 의장을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중 누구로 할 것이냐는 문제이고, 둘째는 구성원 조직의 문제다. 일각에선 법률안의 모델이 된 일본의 ‘국가와 지방의 협의의 장에 관한 법률’을 그대로 따서 오자는 의견도 있는 모양이다. 중앙·지방협력회의의 설치는 지금까지 중앙에서 지방의 정책을 결정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지방과 직접 회의를 통해 결정하는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국정운영 방식에 중대한 변화가 생긴다. 정책의 조밀성이 커지고, 국민의 신뢰를 획득할 수 있는 방법도 될 것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함께 굴러가야 하는 수레의 양축이기 때문이다. ys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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