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으로 모범을 보여야 할 고위공직자 및 그 자녀의 병역(兵役)의무 이행이 도마에 올랐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한 위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병역의무자의 국적 포기와 군 면제 비율은 심각한 수준이다.
병역의무자가 국적을 포기함으로써 병역의무에서 해제된 경우가 올 들어 지난 7월까지만 해도 4220명으로 나타났다. 1년으로 환산하면 8000명 정도로 추정할 수 있다. 이는 지난 2012년 이후 연평균 3200명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병역의무자의 국적 포기는, 주로 복수국적을 유지하다가 만 18세가 되면서 한국 국적을 포기함으로써 이뤄진다. 문제는 이들의 상당수가 고위 공직자 등 사회지도층이라는 점이다.
부모와 자식이 모두 군 면제를 받은 고위공직자의 비율도 높다고 한다. 중앙과 지방의 4급 이상 고위공직자로 병역 면제를 받은 2500여 명 중 92명의 경우 자식도 병역 면제를 받았으며, 이중에는 아들 3명이 모두 병역 면제를 받은 경우도 있다고 한다. 고위공직자 자녀의 병역 면제 사유로는 불안정성 대관절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는 십자인대 파열 등 완치율이 80~90%에 이르는 질병으로, 병역면탈 우려가 높아 병무청에서도 중점관리대상 질환으로 관리하고 있다.
병역을 이행하는 경우에도 고위공직자의 경우 일반인보다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보충역 비율이 월등히 높다. 지난 상반기 징병검사에서 보충역 판정 비율이 약 10%인 반면에 고위공직자 중에서 보충역 판정을 받은 비율은 22%로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군 복무를 하는 경우에도 고위공직자 자식들의 경우 소위 ‘꿀 보직’으로 선호하는 보직에서 근무하는 비율이 일반인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적 포기의 경우 대부분이 오랜 해외 체류 이후 자식이 개인적으로 자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고의적인 병역 기피는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으며, 면제 비율이 높은 것은 통계 비교상의 잘못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국적을 포기하면서까지 병역을 회피하고 대를 이어 병역 면제를 받으며 군에 가서도 꿀 보직만 찾는 사회지도층과 그 자식들의 모습을 보는 국민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의도적으로 병역을 회피하는 사회지도층을 보면서 국민이 어떻게 자신이 속한 국가와 사회를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겠는가? 경제적인 차원의 소득 격차와 비교될 수 있는 국방의무 이행의 격차가 너무 크게 느껴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모든 국민이 한 뜻이 돼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없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군사적 위협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는 상황에서 사회지도층이 병역의무를 회피하는 모습을 보며 나라의 안위(安危)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병역의무는 그 누가 대신해 줄 수 없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국민이 자발적으로 국방의 의무를 적극적으로 이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고위공직자 등 사회지도층은 모든 국민에게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병무청에서도 병역 회피를 목적으로 국적을 포기한 후 나이 들어 다시 국적을 회복하는 문제를 인지, 상속세·증여세를 중과세하고 국적 회복을 금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일명 ‘유승준 법안’을 준비한다고 한다. 입법은 환영할 일이지만, 그것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고위공직자를 포함하는 모든 사회지도층의 인식 개선이 우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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