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환 한국외국어대 교수·국제정치학

한반도 주변 안보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을 두고 정치권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여당은 현 안보 상황을 감안해 협정 체결에 긍정적인 반면, 야당은 국민 정서상, 또 향후 일본의 군사 대국화를 우려해 반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어제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일 외무장관회담에서 양국간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한다.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한반도 주변국의 대북(對北) 안보 전략이 핵 개발 저지에서 핵 억지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 미국의 주요 안보 전문가들도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묵시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결국, 한반도 안보 상황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전략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일국이 전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상대국의 능력과 의도에 대한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이 요구된다. 그동안 우리는 남북한 군사력 비교에 익숙해져 있다. 남북한 간 군사력 측면에서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직면한 지금 우리의 열세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그 격차를 어떻게 메울 것인지가 관건이다.

북한은 거대한 병영국가다. 우리 군과 정보기관들이 그동안 북한 상황에 대해 언급한 사항들을 보면 사전적인 것보다는 사후적인 것이 많고 그 정확성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북한에 대한 핵 억지를 위해 요구되는 것은 대북 정보 수집에 있어서의 신속성과 정확성 제고다. 북한에 대한 정보 수집에 있어서 우리는 늘 그 한계를 느껴왔다. 인적정보수집(HUMINT)은 앞서 있다고 자부하지만 기술정보수집(TECHINT) 등 여타 정보 수집 및 분석 능력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상대방의 능력과 의도에 관한 정보를 신속 정확하게 구하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역량으로 해결하긴 어렵다. 특히, 북한에 대한 군사 정보는 미국과 일본의 도움 없이 실효성 있는 파악을 하기가 쉽지 않다. 군사동맹 간의 군사 협력에 있어서 정보 교류 및 보호는 필수적이다. 북한의 핵무기가 한국과 일본은 물론 미국까지 표적으로 하는 상황에서 이들 우방과의 군사 정보 협력이 요망된다.

냉전기 북·중·러 북방삼각(northern triangle) 동맹에 대항하는 한·미·일 남방삼각(southern triangle) 동맹이 최근 재가동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대북(對北) 군사정보 역량 강화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문제는, 정찰위성과 감청 장비 등의 확보에 비용이 엄청나게 들고 이러한 네트워크를 완비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방과의 정보 협력이 시급하다.

북한의 각종 도발 및 국제사회의 테러 예방을 위해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외국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특히, 중단된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을 서두르고, 나아가 법적 근거 및 예산 마련을 통해 우리의 군사정보 역량 제고를 뒷받침해야 한다. 논쟁으로 시간을 허비하기에는 우리의 주변 위기 상황이 녹록지 않다. 미국 내 일각에서는 북한의 핵무장이 기정사실화할 경우를 대비해 미국의 방위 라인을 일본~대만~호주~인도로 하는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어떤 반대 근거를 제시하든 중국을 통해 북한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려는 외교적 노력은 실패한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가 방어용이라는 논리로 그 위협을 애써 감추려는 주장은 허구일 뿐이다. 북한의 핵무기 위협에 직면해 북한의 능력과 의도를 신속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함은 물론, 우리의 생존을 위해 군사정보 역량 강화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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